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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면 안 되는 시기입니다. 저는 잠이 안 옵니다."
이달 10일 열린 신한금융그룹 사장단 회의. 진옥동 회장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위기의식을 거듭 강조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일 수 있지만, 회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엄숙했다고 전해진다. 앞서 진 회장은 각 계열사에 기존 연간 목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이른바 '불가능한 목표'를 다시 세워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성과 중심의 무한 경쟁 체제를 예고한 상태였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는 금융당국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생산적금융 집행 실적은 물론, 각 계열사의 AI 대응 현황과 디지털 전략 전반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달 출시를 앞둔 그룹 통합 플랫폼 '뉴 슈퍼쏠(New Super SOL)'과 관련해서는 진 회장이 직접 세부 사항까지 챙기며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앱 화면 구성과 고객 편의성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드백이 오갔다고 전해진다.
그룹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나서서 위기의식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실제 경영진은 물론 현장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졌다"며 "금융권이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온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고, 계열사 간 시너지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얼마나 발굴하느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와 혁신에 더욱 집중하자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이 연일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금융권을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증시 활황과 투자 수요 확대에 따라 예금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 확산은 금융업의 업무 방식은 물론 노동시장 전반의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수장들 역시 AI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요 글로벌 은행 CEO들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은행이라는 업종 자체가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내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AI를 전기와 인터넷에 비견하며 "기업의 경쟁력 자체를 바꿀 기술"이라고 평가했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은 생성형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며 생산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증시를 향한 '머니무브' 확산에 더해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증권사들의 원금보장형 고수익상품인 종합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쪽으로 은행 수신이 빠져나가면서 은행들은 예·적금 방어에 한창인 모습이다.
실적만 보면 국내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430억원, 신한금융은 4조97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금융그룹 수장들이 연일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성장 동력에 대한 고민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신한 입장에서는 사실상 '리딩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순이익에서 약 8700억원의 차이를 보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격차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계열사 임원은 "금융권에서 실적 경쟁은 늘 있어 왔지만, 최근 산업계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금융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며 "이제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진 회장이 주문한 '불가능한 목표'의 첫 성적표는 연말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과주의 기조가 인사에 한층 뚜렷하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말 단행될 자회사 CEO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한금융그룹은 은행·카드·증권 등 핵심 계열사를 포함한 주요 자회사 CEO들의 임기가 대부분 연말 만료된다. 신한라이프와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새 대표가 선임됐다. 다만 임기가 남아 있는 CEO들 역시 성과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하반기 실적과 혁신 성과가 경영진 평가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입력 2026.06.12 14:1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6월 12일 14:11 게재
취재노트
진옥동 회장, 사장단에 '위기의식' 거듭 강조
머니무브·AI 부상…"금융그룹도 변화 불가피"
'불가능한 목표' 주문에 계열사들 긴장감 고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