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증권사 ‘자본싸움’ 증자 러시...돈 쏠 곳은 증권사뿐
입력 2026.07.06 07:00

KB·NH·우리 잇단 유상증자…자본 경쟁 본격화

IMA·IB 경쟁력 강화에 금융지주 자금 증권사로

신한·하나증권도 연이어 자본 확충 나설 지 관심

  •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과 기업금융(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를 중심으로 모회사 자금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내 자금이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증권사로 향하는 흐름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추가 증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월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6월에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본 확충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달 말 증자 납입이 완료되면 자기자본은 8조원을 넘어 IMA 사업 진출의 필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IMA 사업 준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 6월 초 최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IMA 사업과 기업금융(IB) 경쟁력 강화, 모험자본 투자 확대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은행계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증자 경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올해 가장 먼저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곳은 비은행계인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한국금융지주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12조7085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IMA 사업과 기업금융(IB) 경쟁력을 강화해 업계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은행계 증권사 육성의 후발주자인 우리금융그룹도 공격적인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5월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금융지주로부터 1조원을 조달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으로 늘어나 업계 11위권에 진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인 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요건 충족과 중장기적인 초대형 IB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대주주 입장에서는 증권사 자본을 늘려주는 것이 결국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일 수 있다"며 "다른 계열사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보다 증권사에 투자하는 편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기업금융이나 모험자본 투자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실적도 좋아진 만큼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증권사에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지주들이 계열 증권사에 잇달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IMA 사업과 기업금융(IB) 경쟁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 발행어음 등 수익 사업을 확대할 여력도 커진다. 특히 자기자본을 활용해 투자하는 IB 부문에서는 자체 북(book)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딜 수임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자본력이 핵심 경쟁 요소로 꼽힌다.

    아직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지 않은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지주들이 수익성 개선과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계열 증권사에 추가 자본을 투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자본 및 위험가중자산(RWA),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연계한 주주환원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비이자이익 확대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는 증권 부문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은행은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질 경우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와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진도 증권사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도 잠재적인 자본 확충 후보로 거론된다. 하나금융그룹의 자본 여력과 비은행 경쟁력 강화 기조를 감안하면 향후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과거 해외 부동산과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최근에는 하나은행과의 기업금융 협업을 통해 IB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익스포저를 축소하는 동시에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자본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금융지주들도 계열 증권사에 공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있고, 증권사 입장에서도 자본이 늘어나면 영업 측면에서 얻는 이점이 크기 때문에 증자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