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웠던 2023년…실적 발표 앞두고 로펌들 '긴장'
입력 24.01.22 07:00
태평양 매출 '4000억원'고지 넘길 듯
율촌·세종은 4위 '눈치 싸움' 뜨거워
지평·바른·대륙아주 '7위 싸움' 눈길
  • 주요 로펌들은 이달 말 2023년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작년 법률자문 시장이 어려웠지만 실적은 꾸준히 내야 하고, 경쟁사를 앞지르는 것이 중요하니 실적 결과를 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한 분위기다.

    작년 3분기까지는 로펌들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돼 연간 실적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통상 로펌은 고객 기업들이 비용 처리 시기, 임원 인사 이동 등이 겹치면서 12월에 수금이 가장 많은 몰린다. 사실상 4분기 실적에 연간 성적표가 갈린다.

    로펌업계 ‘부동의 1위’ 김앤장이 어려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을지 주목된다. 김앤장은 2017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겼고 2022년에는 1조30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작년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타 로펌에 비해 어느 정도의 성장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빅딜’ 기근이 이어진 M&A 시장에서도 김앤장은 주요 거래 전반에 참여했다. 늘어나는 형사 일감을 대비해 전관 영입을 이어갔다. 작년 7월엔 업계 최초로 소속 국내 변호사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태평양과 광장의 2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수년간 높은 성장세를 보인 두 법인은 최근 들어서는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태평양은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특허 및 해외법인을 포함한 금액으로, 김앤장 이후 처음으로 4000억원 고지를 밟게 됐다. 태평양은 2022년엔 매출 394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산업은행 및 채권단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등 굵직한 딜들을 자문했다. 타임오프를 둘러싼 포스코 쟁의조정 사건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근로자파견 소송 등도 맡았다.

    경쟁자 광장의 성적도 주목된다. 광장은 2022년 37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허 및 해외법인을 포함하지 않은 실적 기준으로는 3년 연속 태평양을 앞지를지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지난해 광장은 M&A 자문에서 전년보다 자문 수임 규모나 건수가 모두 늘었다.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추진 건 등을 자문했다.

    율촌과 세종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두 법인은 작년 M&A 리그테이블에서도 막판까지 경쟁했다. 율촌과 세종 모두 2022년 창사 후 최초로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는데, “누가 먼저 태평양 ·광장과의 격차를 줄이고 ‘3강’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서로 견제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올해 세종은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연임을 확정했고, 율촌은 올해가 집행부의 마지막 임기인 점을 고려하면 치열한 ‘진검승부’가 이어질 전망이다. 

    세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지난 몇 년 동안 두자리 수의 성장률을 보여왔지만, 작년엔 그 정도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걸맞은 매출 성과를 거둘지 관심사다. 세종은 지난해 7월 기준 소속 변호사 수(519명)가 태평양(497명)을 넘어섰다.

    율촌은 지난해 송무 부문 등이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율촌은 LG그룹 오너가 상속 관련 소송에서 LG 측 대리를 맡는 등 굵직한 송무 건을 담당하고 있다. 세종이 공격적 인재 영입으로 추격해오면서 이를 의식한 율촌도 지난해 매출 증대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2022년 화우는 2000억원대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금융 규제 일감들이 이어지며 수혜를 봤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올해부터 금융감독원 출신 이명수 업무집행 대표변호사 임기를 시작하면서 금융규제 부문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는 금융에 더해 조세 부문 강화도 노리고 있다는 분위기다. 작년 셀트리온 합병,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SM엔터 경영권 분쟁 등에 관여했다.

    올해는 6대 로펌 외에 ‘7위’ 경쟁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에 이어 대륙아주, 바른 등이 매출 ‘1000억원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지평은 지난해 매출 1158억원을 올리면서 전년(1101억원) 대비 5.2% 성장했다. 형사,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바른은 지난해 매출 105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25년만에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대기업의 송무 사건, PF 약정 자문 등에서 성과를 냈다. 대륙아주는 지난해 출범한 세무법인 대륙아주가 힘을 보태며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아도 로펌들이 매년 덩치는 키우고 있으니 성장을 보여야 하고 타펌들과의 경쟁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중견 로펌들의 경우 일단 매출 1000억원 규모를 넘으면 상응하는 일감들이 들어와 후퇴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후에 2000억원대 매출선으로 올라갈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