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M&A 자문, 인력 '엑소더스'에 경쟁력 상실 우려
입력 2022.08.29 07:00
    '삼성' 브랜드 가치에 중요했던 M&A팀, 시니어 엑소더스
    배경으론 리더십 부재·외부 인력과의 차등대우 등 거론
    "사람이 중요한 분야인데"…조직 재건 오래걸릴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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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전통 IB와 인수합병(M&A)간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던 삼성증권이 'M&A팀 인력 엑소더스'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달 삼성증권 M&A 부문을 이끌던 이사급 시니어 두 명이 타사로 둥지를 옮기며 '리더십 공백'이 생긴 점과 외부 인력 영입으로 인한 공채 출신 시니어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력 유출 이후 조직 재건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많다. 그간 M&A 자문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추구해오던 삼성증권의 전략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증권은 그간 M&A 자문을 통해 자본시장 내 존재감을 입증하려 해왔다. 자문을 통해 기업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둠으로써 추후 딜을 수임할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음을 업계에서 강조하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2020년까지는 딜 레코드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삼성증권은 2020년 5000억원이 넘는 M&A 거래를 성사시키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증권은 M&A 자문을 통해 굵직한 딜을 해냄으로써 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라며 "자기자본을 들여 투자를 하기는 부담스럽지만서도, 굵직한 딜 레코드를 통해 삼성증권의 가치를 높이곤 싶은 게 컸던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의미를 지닌 삼성증권 M&A팀은 최근 시니어 인력 유출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체로 일반 기업, 스타트업,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최근 스탠다드차타드증권 투자금융부 상무로 합류한 모 이사를 따라 같은 증권사로 3명의 시니어가 이직을 하면서 인력 유출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대체로 공채 출신의 시니어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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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 원인으로는 '리더십 부재'와 '외부 인력 영입에 대한 피로감 누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삼성증권 M&A부문 내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많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M&A팀장을 맡아 금호타이어 매각,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쥬비스다이어트 매각, 인터파크 인수 등에 자문을 제공, 양질의 딜 레코드를 쌓았던 한 시니어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재무실로 둥지를 옮겼다. 그의 후임 역시 타 증권사로 떠났다. 

      지난 6월 공석인 IB1부문장에 자리할 것이라 전해졌던 이재현 골드만삭스PIA 한국담당 대표는 다음달 18일부터 출근한다. 현재 해당 자리를 대행하고 있는 이상현 기업금융2본부장은 함께 M&A팀을 이끌었던 신원정 IB부문장(전무)이 삼성글로벌리서치(前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원정 전무가 M&A 부문을 이끌던 시절 있던 키맨들이 다 나갔다고 보면 된다"라며 "올초부터 대행을 맡아온 이상현 본부장 입장에서, 함께 일했던 실무 헤드급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부 인력 영입에 따른 공채 출신들의 피로감 누적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주로 회계법인 출신 인력들을 영입해왔는데, 이들은 2년 이상의 회계법인 경력에 더해 MBA과정을 거친 경우 5년차 과장급으로 채용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이들은 대체로 투자설명문(IM), 피치북(Pitchbook) 제작 등 실무 경험이 부재한 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보다 직급이 낮은 공채 출신들이 해당 실무를 도맡으면서도 연봉은 비교적 적었던 것이 갈등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M&A 자문이 '사람이 중요한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삼성증권 내부에선 사실상 M&A팀의 허리가 비었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잇딴 인력 유출 이후 조직을 재건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는 무시하기 어렵다. 재건 과정에서 딜을 수임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일례로 2년 전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부서는 코로나 이후 증시 호황기가 도래했음에도 내부 조직 문화에 대한 불만으로 다수의 인력이 타 증권사로 이동하면서 딜 수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리더십 부재 등 인력 관리에 대한 문제를 옛날부터 가지고 있어 요즘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물론 삼성증권이 규모가 큰 까닭에 빈 자리를 메울 인력이 없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이 망가지지 않도록 내부 인력 관리에 대한 공을 들일 필요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M&A 부문 인력 이동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트렌드란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증권 뿐만 아니라 타 증권사에서도 M&A 부문에서의 인력 이동이 있었던 까닭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M&A 자문 관련 인력들이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