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은행들은 단순 정보 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이미 주요 대형 로펌들로부터 자문을 받으며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LTV 담합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지난달 18일 발송했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유사한 성격으로, 이들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하며 거래 조건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은행권은 공정위의 판단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경쟁사 정보를 참고한 것일 뿐,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각 은행마다 LTV 산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타사 자료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업계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관행"이라며 "담합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양측 간 쟁점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공정위와 은행권은 교환된 정보가 '경쟁상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공유된 LTV 자료가 실제 금리와 대출 한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이러한 정보 공유가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는지, 그리고 은행들이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는지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초 수천억 원대로 예상됐던 과징금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양측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4대 은행이 공정위에 심사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의견서는 공정위의 판단에 대한 금융사의 소명을 담은 문서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은행들이 총력전 태세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은행은 이에 앞서 공정위가 비공개 처리한 증빙자료 일부를 추가 공개해줄 것도 요청한 상태다. 이를 수용한 공정위는 당초 이달 9일이었던 제출 기한을 6월 20일까지 약 6주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최종적으로 담합 판정이 내려져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행정소송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이미 주요 대형로펌을 통한 법률 자문이 진행 중이며, 향후 소송 과정에서는 이를 보조할 중소형 로펌들의 추가 참여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향후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원회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정보 공유의 범위는 명확한 개념이 아니어서 금융당국에서도 은행간 동향 파악을 문제 삼은 바 있다"라며 "당국에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출금리 모범규준 마련 등 제도적 장치 구축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안을 두고 금융 정책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와 공정위 간 사전 소통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 측에서 불편한 기색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LTV 규제를 활용해왔는데, 공정위가 이 과정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 정책 간 충돌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앞선 관계자는 "금융위는 금융사 소관 부처로서 정책적 필요에 협조하는 금융사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에서 과도한 규제를 자제해온 측면도 있는데, 과연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금융위와 얼마나 긴밀히 논의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동향 파악"…"담합 아냐"
과징금 1조원 넘을 가능성…은행권은 행정소송 준비 착수
금융위선 공정위 행보에 불편한 기색…사전 공감대 없었나
과징금 1조원 넘을 가능성…은행권은 행정소송 준비 착수
금융위선 공정위 행보에 불편한 기색…사전 공감대 없었나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