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후 유증 공시 어쩌나'...대체거래소 활성화에 고민 깊어진 증권사들
입력 25.06.12 07:01
3월 도입된 넥스트레이드, 오후 8시까지 거래 가능해져
'악재성 공시는 장 마감 후' 관행 의미 없어졌단 평가
애프터마켓서 20분 차로 주가 급등락하는 사례 등장하기도
  •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악재성 공시는 장 마감 후'라는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애프터마켓(15:30~20:00)에서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공시 내용이 실시간으로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빼미 공시'로 불리던 저녁 시간대 공시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지면서, 공시 시점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한국거래소(KRX)를 보완하는 형태로 도입되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해졌다. 기존 정규장 외에도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이 운영된다. 특히 장외 시간대에 발표되는 주요 공시나 뉴스가 주가에 곧바로 반영되며, 일정 수준 이상 변동이 발생할 경우 거래 정지 발동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등 이른바 '악재성' 공시의 시점을 두고, 주관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연휴 직전이나 금요일 저녁 등 정규장 종료 이후 공시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애프터마켓 거래로 인해 호재든 악재든 시장 반응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악재성 공시는 장 마감 이후나 금요일 저녁에 올리는 게 무난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가 가능해졌고 애프터마켓에는 단기 매매 세력도 몰려들기 때문에, 언제쯤 공시하는 게 좋겠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LS마린솔루션의 '시간 차 공시' 사례 이후, 공시 시점을 둘러싼 의사결정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LS마린솔루션은 해저케이블 포설선 구매라는 호재성 공시를 먼저 내고, 약 20분 후 유상증자 공시를 냈다. 짧은 시간 차에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급등락하며 시장의 반발을 샀다. 

    공시 담당자는 "투자 목적이 먼저고 자금 조달은 후속인 만큼 인과관계에 따라 순서를 정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은 즉각적인 거래 반응이 가능한 상황에서 ‘순서’보다는 ‘동시성’을 중시했다. 대체거래소 도입 이전이었다면 두 공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매매가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그 사이 간극이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대체거래소가 그간 한국거래소가 해결하지 못했던 올빼미 공시 문제를 시장 차원에서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야간 공시가 주주권 보호에 부정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왔지만, 실질적 개선은 이루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공시는 지난해 11월 오후 6시 40분에 발표됐다. 이수그룹의 반도체 기판 계열사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를 위한 55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다음 거래일 주가는 하루 만에 22.68% 급락했다. '야간에 기습 공시를 냈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고, 이는 금감원이 ‘유상증자 중점 심사제’를 도입하는 배경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2019년부터 올빼미 공시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를 일부 시행해 왔다. 연휴 직전이나 연말 폐장일에 주요 정보를 공시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한국거래소는 연휴 직후 첫 거래일에 공시 내용을 전자공시시스템(KIND) 팝업으로 재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넥스트레이드 역시 아직 전 종목을 다루는 것은 아닌 만큼 아직 올빼미 공시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유동성이 높은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심으로 거래 종목이 순차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6월 5일 기준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은 794개로, 전체 상장사(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 2763개) 대비 약 29%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체거래소보다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많이 이뤄지긴 하지만 사실상 이제는 장 끝나고 공시를 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본다"며 "차라리 일찍 공시하고 당일 IR 할 시간을 버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