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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핵심 기조로 주택 공급 확대와 세금 규제 완화가 꼽힌다. 다만 세부 정책 방향이 구체화하지 않았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핵심 규제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들은 부동산 정책 청사진이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시장 상승세를 이끄는 곳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변 일대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손보느라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전역의 집값이 급등하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열흘도 안 돼 "가용한 정책을 총망라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20개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가계대출 급증세에 제동을 걸었다. 또 새 정부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할 때 추가 자본을 쌓는 등 가계대출에 새 자본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일까 아직일까' 눈치 보는 대형 건설사들
대형 건설사들은 새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정책과 상관없이 수익성이 확보되는 사업 선별 ▲우량한 입지의 알짜 정비사업 확대 등의 보수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섣불리 사업 기조를 정할 수 없는 이유로 불분명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집값 급등세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결국은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 심리는 커지는데 서울 아파트는 공급이 부족해 정책과 무관하게 서울을 중심으로 단기간은 부동산 가격이 뛸 거란 예측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 지방에 악성 미분양 사업장이 많은 이유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문재인 정부 당시 수주한 사업장들의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값이 뛰면 추후 또 사업성과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꾸준하고 완만하게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야 안정적으로 수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가 크다는 점도 정교한 정책을 만드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급 정책을 펼친다는데 서울에 얼마나 공급될지 미지수"라며 "재개발·재건축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나 원활하며 이마저도 소수 건설사만 선택받는 '그들만의 리그'다.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마저 비인기 지역은 시공사의 외면을 받는다"고 전했다.
건설사가 새 정부에 바라는 요구사항
대형 건설사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규제 완화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규제 완화의 전제로 '공공성 강화 원칙'을 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재초환 유지, 공공임대 비율 증가 등 정책이 사업성을 떨어뜨려 사업 참가 유인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이 주택 수주잔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LS증권은 "현재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 수주잔고는 70% 이상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며 "신규 택지가 없어도 향후 2~3년 이상 분양 매출이 가시화할 수 있는 구조며, 시장 회복 전환기에는 빠르게 분양 공급을 대응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된다"고 분석했다.
공공공사에서 공사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사비 산정에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참여를 기피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기술형입찰의 유찰률이 2020년에는 16.7%였지만 2022년부터 3년 연속 60%대를 기록했다.
사업 지연과 유찰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총 공사비가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현대건설이 발을 뺀 이후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다섯 차례나 유찰됐다. 건설업계 불황에 조 단위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떨어져 참여를 꺼리는 모습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 노선 사업도 공사비 인상 문제로 착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많아지더라도 오른 물가를 반영한 적정 공사비가 맞춰지지 않으면 참여하기 어렵다"며 "건설사들이 건설협회를 통해 공사비 현실화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랜드마크 재개발·재건축 경쟁 심화
결국 대형 건설사들은 '그들만의 리그'인 서울 주요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에만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5개 건설사가 1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쌓았다. 특히 삼성물산은 4개월 만에 연간 최고 수주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서울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수주 경쟁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최근 입찰 경쟁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사업비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에서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가 뛰어들었다. 조합이 추산한 총 공사비는 6778억원이다.
대형 건설사의 실적이 점차 개선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2023년 이후 착공된 사업장은 공사비, 분양환경, 자금조달 여건 등이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착공 이후 2~3년 뒤 매출에 본격 반영된다. 호반건설은 이례적으로 지난 5월부터 수주정보제공 포상제도를 실시해 수주잔고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도 본격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교보증권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착공된 저마진 물량은 2024년 95%에서 2025년 55%로 축소되며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전망이다"며 "미분양 해소될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며 전국의 분양 수요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진보 정권 집권 후 집값 폭등…새 정부 골머리
정책 구체화 전 쉽사리 못움직이는 건설사들
정책 구체화 전 쉽사리 못움직이는 건설사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18일 16: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