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수주 따내자"…대만 직진출하는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
입력 25.06.20 07:00
비메모리 수주 기대 어려운 삼성전자·하이닉스
TSMC 수주 위해 대만 접점 늘리는 후공정 기업
  • 최근 국내 소재·부품·장비, 테스트·패키징 등 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이 대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의 거래가 충분하지 않아 TSMC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실제로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한 기업은 최근 대만 진출을 검토했다. TSMC와 근거리에서 접점을 만들며 글로벌 확대에 박차를 가할 목적이었다. 다만 여러 조건을 따져봤지만 충분하지 않아 진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 기업 외에도 다수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 대만 기업 인수, 판매법인 설립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 대만에 진출하려는 주된 이유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의 접점 확대다. TSMC 본사가 위치한 대만에 가까울수록 TSMC와 협업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 대부분은 TSMC의 공급업체(벤더)로 포함돼 있지만, 개발 단계부터 TSMC와 협업을 하려면 밀접하게 붙어있는 게 유리하다"며 "다수 국내 기업은 중장기 전략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TSMC와 관계를 돈독히 하지 않으면 추후 수주 기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미 글로벌 서버 시장의 경우 핵심 AI 하드웨어 공급자로 자리 잡은 TSMC와 폭스콘이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TSMC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팹)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도 나왔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TSMC는 UAE에 웨이퍼 월 10만장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기가팹을 건설할 계획이다. 대만 공상시보는 TSMC가 중동에도 공장을 세운다면 '해가 지지 않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웨이저자 TSMC 회장은 6월 3일 주주총회에서 해당 소식을 부인했다.

    반면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은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비메모리 반도체향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수년째 적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7.7%다. 파운드리 투자를 본격화한 5년 전보다 10%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올랐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 영향력은 미미하다.

    일본에서도 TSMC 일본 자회사에 자국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의 주요 후공정 기업들이 수주를 위해 JASM 사무실에 인력을 상주시켜 실시간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TSMC가 지분 86.5%를 보유한 일본 자회사 JASM은 작년 6월 구마모토에 2공장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1공장은 작년 2월 가동했다. 두 공장의 총투자액은 약 2조9600억엔(약 28조원)에 달한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 대만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려고 해도 대만 기업끼리 기회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국 기업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과 달리 대만은 후방산업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대만 기업을 인수해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