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 15%' 임대주택 시장, 해외자본 쏠리는데 국민연금은 '머뭇'
입력 25.06.26 14:58
블루오션 노리고 선점 시작한 해외투자자
국민연금은 '정치 리스크' 부담에 물러서
공공-민간 임대주택 수요 불균형은 여전
정책 안정성과 제도 개선이 시장 성장 관건
  • 인구구조 변화와 전세 선호 약화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임대주택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국 임대주택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서울부동산포럼은 26일 오후 '임대주택 시장 동향과 전망' 오픈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내 최대 주택임대관리회사 지에이치파트너스(GHP) 임채욱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임 대표는 이날 "임대주택은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상업용 부동산이지만, 정책 변화가 잦아 투자 리스크가 있다"며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규제가 일부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임대주택 시장은 고령화와 1~2인 가구 확대, 전세 리스크 확대 등이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고령 인구가 총인구의 40%를 넘기고, 1~2인 가구 비중은 75%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현상이 월세 기반 수요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1인 가구는 월세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임대 수요가 발생하면서 라이프사이클별 맞춤 임대차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간이 공급하는 장기 임대주택은 10만 세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과 지방 도시는 공공·민간을 막론하고 임대 재고 자체가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공공임대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수요와 공급 간 괴리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 대표는 "공공임대는 입주 자격 제한과 선호도 문제로 실제 수요 충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장 구조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임대주택 시장은 미쓰비시 등 로컬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싱가포르는 역시 부동산 투자 포화 상태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의 제도 통합 영향으로 자본 유입이 줄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고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대체투자 자산인 오피스와 물류는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선호도가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월세 기반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희소한 한국 임대주택 자산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임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임대주택 시장은 20년 전 일본과 유사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며 "글로벌 멀티패밀리 펀드들이 국내 임대주택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목표수익률(IRR)로 15~20%를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은 해외 임대주택 부동산 펀드에는 출자하지만, 국내 동일 자산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적 자본이 '월세 시장'에 투자한다는 인식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지방 도시까지 내려가 투자처를 찾는 사이 국내 연기금은 구조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 공백은 수익률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세미나에선 최근 주거 트렌드로 떠오른 '코리빙' 사업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국내 주요 코리빙 운영사들이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유료 전환에 한계가 있고, 고정비 부담을 뛰어넘는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내 코리빙 공간 상당수가 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해외 사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미국의 커먼(Common)과 위워크 산하 위리브(WeLive)는 팬데믹 이후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접었다. 영국의 더콜렉티브(The Collective)도 지난 2021년 파산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시장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으나,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 제도 미비 등이 국내 투자자들의 관망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선점 경쟁이 시작된 반면, 국내는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임채욱 대표는 “한국 임대주택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투자 환경이 안정화되면 점차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