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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IPO 시장이 증시 반등 등 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에 힘입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명문화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계열사 중복상장 관련 기준을 유형별로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면서다.
증권업계는 중복상장 논란 종식을 위해 거래소가 허용 가능한 유형별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실무진 사이에선 "이미 '눈치게임'은 시작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42곳으로, 전년 동기(59곳) 대비 28.8%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상장 건수가 4건에 그쳐, 탄핵 정국의 직격탄을 맞았던 1월(6건)보다도 적은 수준이었다. 공모금액도 지난 6월 한 달간 974억원으로, 전달(2146억원) 대비 60% 이상 줄었다.
이 같은 위축 배경에는 탄핵 정국에 따른 수급 불안, 금융당국의 보수적 심사 기조, 그리고 중복상장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잘 알려진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기업과 증권사 모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증권가에선 중복상장을 둘러싼 명확한 기준 부재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IPO 고위 관계자는 "상장 목적이나 주주 피해 여부에 대한 정량적 판단 기준이 없어, 케이스마다 중복상장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거래소의 판단을 추측해가며 상장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수록 거래소가 허용 가능한 유형을 명확히 구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올 상반기 IPO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가 중복상장 이슈였다"며 "물적분할과 구분되는 인수기업·신설법인 상장 등은 허용될 수 있다는 식의 유형별 가이드라인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실제 상장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 이슈를 의식해 상장 계획을 보류하거나 예비심사를 연기한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중복상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대기업 계열사 한화에너지 등도 상장 일정을 조정한 채 시장 반응을 관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정부 가이드라인 없이 기업이 선제적으로 여론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중복상장 이슈에 나서는 건 리스크가 크다"며 "제도 정비 전까지는 '눈치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관련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세부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조만간 정리된 형태의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가이드라인이 명문화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중복상장은 피하라'는 메시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론 '사업성 부족하면 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도 형식적으론 기준이지만 실질적으론 자제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의무보유확약 제도 강화 역시 하반기 IPO 시장 반등 기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관 배정 물량의 40% 이상은 확약 참여 물량에 우선 배정해야 하며, 확약 참여가 부족할 경우 주관사는 전체 공모금액의 1%(최대 30억원)를 인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관사는 발행사와 흥행 실패 리스크를 일정 부분 공유하게 돼,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청약 참여가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제도 변화가 실무 단계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경계심이 동시에 형성되는 분위기다. IPO 시장은 제도, 수급, 여론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영역인 만큼, 업계는 하반기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제도 변화가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공모시장은 결국 매크로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 코스피 강세 흐름은 긍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무보유확약제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발행사, 주관사, 기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변화된 제도가 실무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시간을 두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상장 기업 총 42곳…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 "중복상장 논란 여파"
상장 시장 위축 배경엔 제도 변화와 눈치 싸움…"가이드라인 필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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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