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 사태에 흔들리는 김영섭 대표…'AICT' 핵심 추진 과제 지속될까
입력 25.09.24 07:00
정권 교체 후 더뎌진 핵심 사업…해킹 사태로 또 타격
해킹 사태 수습이 급선무…AICT 추진 동력 흔들
  • 김영섭 KT 대표 체제에서 추진해온 핵심 과제가 이번 해킹 사태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AICT 최우선 전략은 이미 정권 교체 이후 한 차례 더뎌진 상황이다. 해킹 사태를 수습하기 전까지는 핵심 과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KT 이동통신망 고객의 소액결제 해킹 피해 규모가 당초 발표보다 커지고 있다. KT는 지난 11일 피해 규모를 278명·1억7000만원으로 발표했다가 19일에는 362명·2억4000만원으로 정정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이 당초 알려진 서울 서남권, 경기 일부 지역을 넘어 성루 서초구·동작구,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등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또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만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후 추가 펨토셀 ID가 확인되면서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휴대폰 번호 유출 정황까지 나왔다.

    KT는 늑장 대응과 '거짓' 보고에 더 큰 질타를 받고 있다. KT는 지난 15일 서버 침해 정황을 인지했지만, 신고는 법정시한인 24시간을 넘긴 18일 밤에야 이뤄졌다. 또 해킹 조사 과정에서 폐기하지 않은 서버를 이미 폐기했다고 정부에 보고한 정황도 확인됐다.

    김 대표의 핵심 과제인 AICT 전환에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사업 추진력은 지난 6월 정권 교체 이후 한 차례 흔들렸다는 평가다. 수장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8월 취임했다. KT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했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바뀌는 흐름을 반복해 왔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KT의 공격적 사업 확장 움직임이 더뎌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ICT 최우선 전략을 내세우며 검토했던 인수합병(M&A) 거래가 다수 중단됐다. 연초만 해도 김 대표는 "올해 AICT 회사로 완전한 변화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부동산 매각도 규모가 대폭 줄었다. 당초 호텔, 임대주택 등 20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우량 자산이 매각 후보에서 빠졌다.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운영하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레지던스'와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등 5성급 호텔 2곳만이 매각 대상으로 남았다.

    해킹 사태로 사업구조 전환은 더욱 동력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태 수습이 급선무가 되면서 신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피해가 확산하면서 김 대표의 책임론 역시 부각되고 있다.

    이미 KT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4일 대규모 통신·금융 해킹사고 관련 청문회에 김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한다. 과방위는 이번 청문회에서 통신사 해킹사태의 원인과 대응 과정 등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KT의 부동산 매각 작업은 여전히 멈춰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원 인사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10월이 지나면 매각 성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부동산을 매각해 본업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T를 향한 비판 강도가 나날이 높아진 건 보안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점과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 때문이다"며 "해킹 사태를 마무리 짓기 전에는 신사업 추진도 자산 효율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회사의 핵심 전략인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현재 매각 대상 및 여부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본업의 정합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검토 후 의사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