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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이른바 '가짜 본PF'가 은밀히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릿지론 잔류라는 '시한폭탄'을 제거할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에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본PF 전환으로 대출 금액을 늘렸기 때문에 부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인 본PF 계약의 경우 완공 예정일을 대출 만기일보다 한두 달 앞당겨 설정해둔다. 수급 지연, 기상 문제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공사가 늦어져도 대출 만기 전에 준공과 분양·입주가 가능하도록 여유 기간을 확보하는 구조다. 금융기관(대주)도 안정적으로 상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브릿지론에서 가짜 본PF로 전환하는 사업장의 특징은 본PF 전환으로 개발·공사비를 확보했지만, PF 대출 만기 내에 완공이 불가능한 곳이다. 즉 책임준공기한은 대출 만기일 이내지만 완공 예정일은 만기 이후 기간으로 설정돼 있다. 이러한 구조의 본PF 전환은 대형 건설사, 좋은 입지 등을 갖춘 사업장 위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인 구조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가짜 본PF 전환이 PF 참여자들에게 합리적인 대응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시행사 또는 건설사에 가장 큰 이익은 금리 인하 효과다. 본PF 조달금리에 각종 수수료 등을 더한 총비용(올인 코스트)은 최근 기준으로 ▲서울 및 수도권 5~6% ▲지방 6.5~7%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PF 시장이 심각하게 흔들렸던 2022년말~2023년초의 본PF 금리가 10%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 폭 낮아진 셈이다. 브릿지론 금리는 이보다 더 높은 만큼 본PF로 전환할 경우 이자 절감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건설사는 브릿지론 단계에서 발생한 우발채무를 본PF 전환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금리를 낮춰 확보한 자금으로 착공 전 필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대주 입장에서도 본PF로 전환하면, 회수가 지연되는 대출을 정상화된 여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회계상 부실채권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가짜 본PF 전환 과정에 일부 브릿지론 대주가 재참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 만기 전에 착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행사·건설사는 새로운 PF 조달, 만기 연장이 필수적이다. PF 참여자들은 만기 도래 시점에 차환이나 만기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가짜 본PF로 불리는 구조도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변형된 형태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다단계의 본PF다.
이들의 대응이 당장은 합리적으로 평가되지만, 만기 시점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본PF 대출 규모가 브릿지론보다 크기 때문에 사업이 원활하지 않거나 2차 본PF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부실 여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주택부문에서 건설사의 어려움이 크다. 최근 연이은 부동산 규제 정책, 안전사고에 관한 정부의 강도 높은 대응 등으로 건설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건설사의 사업·재무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주 및 착공물량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에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며 "지방 미분양, 공사비 상승, 매출채권 회수 지연, PF우발채무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유입은 늘지 않는 반면 PF 대출과 관련한 지출 부담만 커지게 된다. 여기에 기존 대주단이 추후 본PF 연장을 동의하지 않아 새 대주단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사업 주체는 기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PF 참여자들이 올인 코스트가 낮은 본PF로 전환 후 버티는 전략으로 돌입했다"며 "모두가 만기 전 완공이 되지 않을 걸 인지하고 본PF로 전환했기 때문에 추후 롤오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한 내 완공 불가능해도 본PF 전환
만기에 대출 구조 다시 짜는 다단계 형식
대출 이자 부담 낮추는 건설사·시행사
금융사는 PF 부실 위험 막을 수 있어
오히려 '부실 풍선' 키운다는 우려도
만기에 대출 구조 다시 짜는 다단계 형식
대출 이자 부담 낮추는 건설사·시행사
금융사는 PF 부실 위험 막을 수 있어
오히려 '부실 풍선' 키운다는 우려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0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