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극단적인 상저하고 양상을 보였다. 사업 조정이 한창인 대기업들의 뒷수습 성격 거래가 늘어난 덕도 있지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회수 작업에 크로스보더 딜까지 더해지며 연말로 갈수록 일감이 쏟아졌다.

회계법인들은 물론 외국계 투자은행(IB)들까지 골고루 종전보다 많은 실적을 올렸다. 대형 법무법인들의 순위 싸움도 점점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연간 M&A 재무자문 1위는 삼일PwC다. 네이버파이낸셜을 도와 두나무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를 성사시키며 올해 최대 규모 거래에 이름을 올렸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1호 사업도 자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그룹의 현대LNG해운 인수 등을 대리했다. 거래 성격이나 영역을 가리지 않고 가장 폭넓게 자문 실적을 쌓았다.

JP모건이 2위에 올랐다. 회계법인 역할이 컸던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교환 거래에선 외국계 IB 중 유일하게 역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DIG에어가스, 테일러메이드 등 대형 M&A의 매각 자문을 맡았다. 포스코홀딩스의 호주 리튬광산 인수전에서는 현지 매각 측을 자문했다. 내년 대어인 무신사 기업공개(IPO)에선 주관사단 한 자리를 차지했다.

3위는 UBS다. SK그룹의 LNG 발전 사업 유동화, CJ피드앤케어 매각,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전 투자유치(프리 IPO) 등 주요 대기업 전반에 걸친 네트워크를 과시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일본제철, 산업은행의 한화오션, KKR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블록세일 성과도 냈다. JKL파트너스의 크린토피아 매각, E&F PE의 코엔텍 매각 업무를 이끄는 등 외국계 IB 중 가장 실속을 챙겼다.

삼정KPMG가 4위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통폐합 작업에서 HD현대케미칼을 도왔다. 조단위 이상 빅딜에선 삼일PwC나 외국계 IB에 가려졌지만 작년보다 많은 거래에 참여하며 회계법인 빅2 구도 유지에 힘쓰고 있다. 올해 재무자문부문 조직을 개편한 가운데 준오헤어, 애경산업 등 중형급 알짜 거래에서 실속을 거뒀다.

골드만삭스는 5건의 거래로 5위를 차지했다. 베인캐피탈을 도와 콘서트골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4분기에도 조 단위 실적을 추가했고, 테일러메이드 M&A에선 F&F를 자문하고 있다. DIG에어가스, 이지스자산운용 등 주목도 높은 거래의 공동 매각 주관사로 나섰다. 도이치증권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대형 팜 기업 삼푸르나 아그로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매각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6위를 지켰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7위다. 현대LNG해운 매각, 보령LNG터미널 소수지분 인수 등을 자문했다. 어프로티움, 카리플렉스 등 조단위 거래의 매각 자문도 맡고 있다. 무신사 상장 대표주관 자리를 따냈다. 8위 모건스탠리는 함께 EQT파트너스의 더존비즈온 인수,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자문을 맡았다. 포스코그룹의 호주 리튬광산 투자도 성사시켰다.

삼일PwC는 회계실사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교환 거래에선 양측 실사와 기업가치 평가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 사업 조정 작업이 여전히 활발한 가운데 해외 진출 수요가 더해지며 크로스보더 일감도 꾸준히 맡고 있다. 내년부터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일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2위는 삼정KPMG다. 전체 거래 규모나 건수 모두 작년보다 늘었다. 삼일PwC와 마찬가지로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의 국내 석유화학 1호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IMM컨소시엄의 보령LNG터미널 소수지분 투자와 CJ피드앤케어 매각 작업에 각각 참여했다.

EY한영은 연간 3위 자리를 지켜냈다. 풍림파마텍, 서린컴퍼니, 스킨푸드,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 비올 등 K-뷰티·의료 산업 실사 작업을 두루 맡았다.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는 삼성전자의 젤스 인수에 이어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 투자도 도왔다. 

딜로이트안진은 4위를 기록했다. 건수 기준 근소한 차이로 EY한영을 뒤따르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의 CJ피드앤케어 인수, 화장품 용기 업체 삼화 M&A에서 자문 실적을 쌓았다. 5위 회계법인 숲은 H&Q가 투자한 현대엘리베이터 교환사채(EB) 회수 작업에 참여했다.

법률자문 시장에선 김앤장의 독주가 이어졌다. 작년 대비 거래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교환 거래에선 두나무 주주들을 단독으로 자문했다. 4분기 SK D&D 매각 등 SK그룹 리밸런싱 거래 여러 건의 자문을 맡았다. 더존비즈온 M&A에선 인수자와 매각자 양측을 모두 도왔다.

2위부터 5위까지는 각축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율촌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연간 2위로 올라섰다. 셀트리온홀딩스와 LS마린솔루션, SNT그룹 등 성장 자금 확충이 필요한 기업의 메자닌 투자유치 거래에 두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교환 거래에도 자문했다.

세종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HD현대로보틱스 프리 IPO, 구다이글로벌의 전환사채(CB) 발행 등 주목도 높은 그로쓰캐피탈 거래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주주인 미래에셋증권을 도왔다. SK그룹의 LNG 발전 사업 유동화,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 매각 등 굵직한 리밸런싱 거래를 자문했다.

4위는 광장이다. 마찬가지로 세종과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연말까지 11번가 등 SK스퀘어 보유 포트폴리오 정리 작업을 이끌며 대기업 거래에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에어리퀴드의 DIG에어가스 인수를 성사시켰고 이지스자산운용 M&A에선 힐하우스, 한화생명, 캐피탈랜드 등 세 곳의 자문을 맡았다.

태평양은 5위를 유지했다. 동진쎄미켐의 중국 자회사 매각,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 기업 인수까지 크로스보더 거래에서 활약했다. KKR의 삼화 인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들의 회수 작업도 자문했다.

6위 화우는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교환 거래에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윤희웅 대표 변호사를 비롯 이진국, 류명현, 김영주 등 M&A 전문가들을 영입한 만큼 기업자문 역량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크로스보더 거래 성과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지평은 7위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시스템IC 홍콩 자회사 지분 매각을 자문했다. LAB파트너스는 연초부터 본격화한 교보생명보험 FI 지분 정리 작업에서 존재감을 보이며 8위를 기록했다. 9위는 포스코그룹에 인니 팜 기업 매각을 성사한 베이커맥켄지케이엘앤파트너스가 차지했다. 추가 M&A를 통해 사세 확장을 지속 중인 린은 연간 집계에서 최종 10위를 기록했다.

인수금융 시장에선 NH투자증권이 4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주선 실적을 쌓으며 연간 1위를 탈환했다. 한앤컴퍼니와의 네트워크가 단단히 유지되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 가장 많은 거래에 참여했다. SK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생산설비·특수가스 사업부 유동화 거래에서 신규 인수금융을 주선했고, 제이시스메디칼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도 담당했다. 

KB국민은행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연초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맥쿼리자산운용의 제뉴원사이언스, 케펠인프라스트럭쳐의 EMK홀딩스 등 대규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각각 주선했다. SK에어플러스 유동화 작업에서도 NH투자증권과 합을 맞췄다.

3위는 우리은행이다.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메리츠금융의 SK이노베이션 E&S 자산 유동화 투자에서 2조5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주선한 덕에 연말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MBK파트너스의 동진·경진섬유, 맥쿼리자산운용의 S&I코퍼레이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담당한 한국투자증권은 최종 4위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연초 한앤컴퍼니의 SK스페셜티에 이어 KKR의 리뉴어스·리뉴원 M&A까지 굵직한 신규 인수금융을 주선하며 5위를 기록했다. 6위 KB증권은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E&F컨소시엄의 코엔텍 등 주목도 높은 인수금융 거래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올 한 해는 금리 인하 덕에 리파이낸싱 수요가 쏟아지며 은행·증권을 가리지 않고 조 단위 실적을 올렸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시중금리가 다시 치솟고 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아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형 증권사들의 운용한도(book)가 늘어난 효과가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