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철옹성에 금 가나?…반사수혜 기업 다시 보는 증권가
입력 26.01.12 07:00
정치권 집중 공세 장기화에
쿠팡 독점 흔들릴 가능성도
증권가, 반사수혜 기업 다시 들여다봐
  • '쿠팡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증권가에서도 반사수혜 기업을 다시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사고 직후만 해도 이용자들이 쿠팡을 쉽게 떠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우세했지만, 논란이 정치·입법 이슈로까지 확산되자 시장 시선은 단기 악재를 넘어 구조적 변화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쿠팡은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유출 기간은 6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약 4개월 반에 걸쳐 있었고, 이름·이메일·배송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최대 3370만명 규모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자체의 규모도 컸지만 대응법 또한 논란이 되며 쿠팡은 한 달이 넘도록 정치권의 '집중 질책 대상'이 됐다. 다수 상임위가 연석 청문회를 추진했고, 정치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플랫폼 독점과 불공정거래 문제까지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다. 경찰 또한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TF팀을 편성했다. 

    사고 직후 증권가에서는 반사수혜 가능 기업으로 CJ대한통운, 네이버 등이 거론됐다. 당시만 해도 시각은 엇갈렸다. 쿠팡의 물류·배송 경쟁력이 워낙 압도적인 만큼 일시적인 여론 악화가 점유율 이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많았다.  

    JP모건도 당시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실상 대체하기 어려운 지위를 갖고 있다"며 "잠재적인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CJ대한통운, 네이버 주가는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되돌려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도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무시하긴 어렵단 평가가 많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를 대체할만한 주요 경쟁자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증권사는 쿠팡의 사후 대응과 정치·제도적 압박이 맞물리며 장기적으로는 유통·물류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사태가 기존 택배 업체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소비자들이 쿠팡에 대한 의존도를 갑자기 낮춘다기보단, 정부와 국회에서 반독점 '규제'의 관점에서 쿠팡의 성장을 제약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단 이유에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Counpang Inc가 한국 쿠팡에 대한 경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자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부는 쿠팡의 정보보호, 노무관계, 판매대금 결제시한 등 이미 이슈화된 문제들의 개선을 요구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유통 및 물류에 대한 지배력을 완화시킴으로써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KB증권은 ▲주 7일 배송 ▲풀필먼트 센터 운영 등 물류 서비스에 지속 투자해 온 업체란 점에서 CJ대한통운을 쿠팡사태에 대한 직접적 수혜주로 꼽았다. 

    IBK투자증권은 쿠팡의 미진한 대응에 따라 앞서 발생한 SKT, KT, 롯데카드 등의 개인정보유출 사건과는 다른 양상으로 사태가 번지기 시작했다고 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커머스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회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쿠팡의 미진한 대응이 '경쟁자 부재'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쿠팡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재편 흐름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을 겪고 있고, 온라인과 물류 회사들의 전략적 연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주요 경쟁사들의 점유율 침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가장 편의성을 보는 부분은 배송서비스가 차별화되었다는 점인데, 지난해부터 CJ대한통운 및 주요 택배사들은 주 7일 배송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전방위적인 협업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새해를 맞아 '5만원 할인권' 프로모션을 내놓았는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쿠팡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됐다. 소비자 불만이 커진 틈을 타, 이커머스 업체들이 틈새 공략에 나섰단 평가가 나온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쿠팡에 대한 반사이익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쿠팡의 점유율 하락이 점쳐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신사도 패션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쿠팡엔 변수가 될 수 있고 컬리도 배송 영역을 지속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근본적인 질문은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쿠팡에 대한 로열티, 쿠팡에 대한 규제 집행의 현실성으로 귀결되는데 확실한 건 정치권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단 점이다. 

    민주당은 국회에 '쿠팡 불법 행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는데, 대상에는 개인정보 유출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의혹뿐 아니라 국내 정관계 및 해외 로비 활동 실태 및 문제점 조사, 역외 탈세 의혹 등 탈세 혐의에 관한 사항 등이 대거 포함됐다. 청문회에 불참한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장 발부는 물론 법무부에 입국 금지 조치까지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제도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반사수혜 기업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단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