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가까워진 현대차…자율주행 연합? 내재화? 정의선 결단만 남아
입력 26.01.14 13:56
엔비디아서 AVP 수장 영입…밀월 강화 시선
피지컬AI 외 자율주행서도 연합 꾸릴까 기대
독자노선 병행시 리스크·비용 부담 갈수록 커
정의선 회장 결단 필요한 사안…내부도 대기중
  •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피지컬 인공지능(AI) 파트너십이 구체화하며 자율주행에서도 양사 연합이 꾸려질지 시선이 모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의 기존 전략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 중인 엔비디아에도 현대차의 글로벌 완성차 생태계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최적 선택지로 통한다. 내재화냐 연합이냐 기로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단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테슬라 출신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박사를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체 자율주행 전략 오판에 대한 잡음이 불거지며 송창현 사장이 사임한지 약 한 달여 만이다. 신임 박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엔비디아 부사장을 역임하며 자율주행 개발 체계 전반과 관련 소프트웨어 양산·상용화를 주도했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영입을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사업적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장면으로 해석한다. 현대차그룹은 작년부터 로보틱스와 로보택시, SDF(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공장) 등 3대 피지컬AI 신사업을 내세워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굳혀가고 있다. 파트너사이자 경쟁사 출신 전문가를 새 수장으로 영입해 내부에서부터 미래 시너지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시선은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에서도 엔비디아와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올해 CES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라고 답변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전략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알파마요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CES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첫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알파마요는 수직통합 기반 폐쇄형 기술인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와 달리 개방형 동맹 플랫폼을 지향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10년 전부터 자율주행 칩 공급 외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왔다"라며 "당시부터 테슬라가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애플-iOS 위치를 점하고, 엔비디아가 안드로이드 진영을 맡게 될 것으로 예견돼왔다. 이제 어떤 완성차 업체가 엔비디아에 '갤럭시'를 공급하느냐가 남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전략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사이에 걸쳐 있는 단계로 요약된다. 그간 다른 사업 영역에서도 그래왔듯 단일 전략에 베팅하기보다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굳혀가면서도 자회사 모셔널이 연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이용해 레벨4 상용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합 전선 구축이 현실적 선택지라는 안팎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3년여 전부터 업계에선 자율주행 기술 구현의 전제 조건이 실주행 데이터 확보량에서 시작된다는 지적을 되풀이해왔는데, 현대차는 아직까지 양산차량을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활용할 준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작년 3분기까지 확보한 누적 실주행 데이터가 90억km 이상이라 밝혔다. 전기차 판매량이 매년 늘어나는 만큼 확보한 데이터 규모나 기술적 완성도는 누적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막 엔비디아로부터 가속기(GPU) 구매를 시작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당장 올해부터 판매할 차량을 데이터 수집용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해도 이를 학습시키고 알고리즘으로 환원할 컴퓨팅(연산) 역량과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탓이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실주행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독자 노선을 유지·병행한다는 게, 전략적 리스크 분산보다는 비효율적 낭비로 받아들여지는 국면"이라며 "누가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설계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학습량이 더 많은지로 이미 전장이 옮겨왔다. 내재화 전략을 계속 끌고갈 때의 실패 가능성이나 비용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도 정의선 회장의 최종 결단을 대기하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협력 노선을 구체화하면 그간의 시행착오를 단번에 만회하는 것은 물론 경쟁사와의 격차도 대폭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측에서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양산·판매 생태계에 대한 욕구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용 칩부터 학습·추론 플랫폼까지 풀스택 구조를 갖췄으나 최종적으로 이를 탑재할 완성차 사업이 없다. 양사가 맞손을 잡으면 서로의 약한 고리를 보완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현대차그룹도 그간의 제한된 테스트, 파일럿 기반 전략으로는 자율주행 경쟁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테슬라 FSD 상륙이 멀지 않은 시점에 포티투닷 실패가 아픈 손가락으로 작용할 뿐"이라며 "전략의 큰 축을 틀어야 하는 만큼 오너 차원 결단이 필요하다. 정의선 회장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최종 숙고하는 과정으로 전해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