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아래 '태·세·광' 격차 급감…로펌 3사 매출경쟁 결론은 "Size Does Matter"?
입력 26.01.16 07:00
태평양 4402억ㆍ세종 4363억…광장 첫 4000억 돌파 이후 가세
2위권 3사간 매출 격차 수십억원대로 좁혀져…예민한 신경전도
성과 나타난 곳들은 경영진 추가 연임 여부도 관심사로
인재 영입 경쟁한 곳들이 결국 매출도 커진 상황
  • 국내 로펌 시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2위권 로펌 3사인 태평양·광장·세종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들의 매출 성장률은 외부인력 충원에 따른 외형성장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최근 몇년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자연히 올해에도 대형 로펌들간 '덩치 키우기'를 위한 인력충원 경쟁이나 로펌간 합병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김앤장은 못넘지만....2위권 태평양ㆍ광장ㆍ세종 매출 격차 근소한 차이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김앤장을 제외하고,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으로 집계한 2025년 로펌 매출은 2위 태평양(4402억원), 3위 세종(4363억원), 4위 광장(4309억원), 그리고 5위 율촌(4080억원), 6위 화우(2812억원) 순이었다. 주요 로펌들이 일제히 매출 4000억원대를 넘어섰다. 특히 2위 로펌을 두고 수시로 경쟁해 온 태평양과 광장, 그리고 세종의 매출격차가 몇십억원 안팎으로 좁혀졌다.

    로펌 매출 2위를 차지한 태평양은 론스타 국제중재(ISDS)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Eylea) 특허 무효 소송,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을 수행했다. M&A 분야에서는 KKR의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인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렌터카 회사 인수, SK실트론 매각 등을 맡으면서 성과를 냈다. 교보생명 국제중재 사건의 올해 수익반영도 매출 기여도에도 한몫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태평양의 특허법인 매출까지 합칠 경우 4600억원을 웃돌면서 경쟁사와 격차가 더 커진다.  

    세종은 작년 18%를 포함, 2년 연속 10%가 넘는 고속성장세를 기록해 최근 경쟁 로펌들을 긴장시킨 '서프라이즈'의 주인공이 됐다. M&A와 ICT(사이버보안), 기업송무(민·형사), 조세, 공정거래 전반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알리익스프레스–신세계그룹 합작법인 설립, SK에코플랜트 리뉴어스 매각을 자문했고, KT·SKT·쿠팡 해킹 사고 대응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절차 자문으로 ICT 분야 실적도 확대됐다. 송무쪽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MBK 연합을 대리했으며, 카카오 형사 사건도 맡았다.

  • 2위 순위 경쟁 로펌들 가운데 2024년 '첫 매출 4000억원'을 기록했던 광장은 기업자문 강자답게 하반기 PEF 관련 M&A 증가로 매출을 견인했다. 형사공판 분야에서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한샘 조창래 전 회장, SPC 허영인 회장 사건을 대리해 의미 있는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광장은 전산실 직원 미공개정보 탈취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룬데다, 경쟁 로펌들에 비해 변호사 숫자가 크게 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출도 매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장 역시 특허법인 매출을 합치면 매출이 4500억원대로 뛰어 오른다.

    5위 율촌 역시 4000억원 매출 고지를 돌파했다.  AI·개인정보·방위산업 등 신산업과 해외 규제 대응 자문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등 대형 M&A 자문에서 성과를 냈다. 6위 화우는 덩치로만 비교하면 매출 3000억원을 기록, 다른 로펌들보다 한 등급 낮은 체급으로 기록되게 됐다. 

    특허법인? 해외법인? 1인당 순이익지표? 덩치 경쟁에 예민해진 로펌들

    최근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는 유난히 '덩치경쟁'이 심해진 추세다. "어차피 김앤장은 넘사벽이지만 업계 2위 로펌 타이틀만은 내가 가져가겠다"라는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위권 로펌'이라는 타이틀이 어쏘 변호사 수급에서부터 고객사 확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해진다. 

    이러다보니 매년 로펌 매출 순위에 대한 '기준'을 두고도 미묘한 신경전이 자주 벌어진다. 사실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를 제외하면 로펌별 매출 합산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공식 매출에 어디까지 포함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견이 많기도 하다.

    자주 충돌하는 지점 중 하나는 "해외법인과 특허법인 매출까지 포함해야 하느냐" 아니면 "국세청에 신고되는 부가가치세 기준만이 객관적인 비교 지표냐"라는 부분. 현재 해외법인과 특허법인 매출을 합산한 수치를 공개하는 곳은 태평양과 광장 정도다. 태평양과 광장은 특허 및 해외법인에서 각각 300억원,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다 보니 이 부문 매출이 포함되면 다른 로펌들은 따라오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다른 경쟁로펌들 사이에서는 "특허법인 매출은 중복계상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로펌이 고객사에서 일감을 따온 후, 이 일감의 일부를 다시 내부 특허법인에게 맡길 경우 매출이 두 배로 부풀려진다는 얘기. 

    반대 논리도 있다. 오히려 특허법인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로펌들에 매출착시 현상이 있다는 것. 세종과 율촌 등은 따로 특허법인이 없다보니 관련 수임이 내부 매출, 즉 해당 로펌의 매출로 잡힌다. 이렇게 따지면 광장이나 태평양의 특허법인 매출을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는 뜻이다. 

    어쨌든 각 로펌들은 시기에 따라, 또 각 사 상황에 따라 그 순간 자사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는 기준들을 들이민다. 

    아예 '덩치 키우기'가 별 의미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변호사 1명이 얼마나 더 많이 벌어들이느냐"라는 질적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매출을 공식 지표인 법무부 고시 기준 한국 변호사 수로 나누면 매출 규모 순위와 동일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질적 수준'도 로펌의 구조와 주력 부문이 상이한만큼, 착시를 일으킬 수 있는 '한국 변호사' 수가 아니라 '타임차지를 하는 전문가 1인당 생산성'을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2025년 하반기 기준, 각 로펌 공식 홈페이지 등재 전문가 인력을 분석한 총 인력 수치를 적용해 부가가치세 신고 매출(억원) 기준 1인당 생산성을 산출하면, 화우(5.65), 태평양(5.40), 광장(5.26), 세종(5.23), 율촌(5.16) 순으로 나타난다. 

    로펌 순이익을 파트너 수로 나눈 ‘PPP(Profit Per Partner)’도 주요 지표로 거론된다. "파트너 변호사가 얼마나 이익을 내느냐"는 의미인데 해외 로펌들 사이에서는 로펌 랭킹과 평가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단순히 인력을 늘려 외형을 키운 로펌보다 수익 구조의 효율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 

    '외형성장'에서 다소 밀린 로펌들이 이 수치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AI 시대에는 순위나 매출 볼륨보다 어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을 수행하느냐, 질적으로는 인당 매출과 인당 수익성이 개선되는지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는 법률 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고 신뢰도가 강화됐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거세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로펌들이 파트너를 제외한 백오피스 비용, 그리고 최상위급 고문을 영입하는데 들이는 엄청난 비용을 무시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이런 비용은 무시한 채 오로지 변호사 1명당 매출이나 수익성만 내세우는 건 '빈약한 덩치'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것. 절대적인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가장 고객서비스가 좋다고 정평이 난 김앤장이 가장 큰 덩치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 '임기' 마지막해 맞이하는 3사 대표들…역시 매출은 Size에 좌우?

    공교롭게도(?) 매출 경쟁이 한창인 올해는 2위권 로펌 3사 대표 변호사들이 모두 받은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태평양은 이준기 대표변호사가 2024년 1월 경영총괄 대표로서 임기를 시작해 내년 1월까지 임기를 수행 중이다. 로펌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등판했지만 작년 매출성적을 통해 확실하게 2년차 성과를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정년 연장 등의 숙제는 있는데, 현재 태평양은 60세 정년(경영진은 논외)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요 로펌들 가운데 현재 태평양과 광장만 정년이 만 60세에 불과하고, 사회전반적으로도 만 65세 정년이 대세인 분위기라 연장가능성이 높은 상황. 세종과 율촌은 정년이 만 65세, 화우는 만 63세다.

    광장은 김상곤 변호사가 2022년 경영총괄대표 변호사로 취임, 2024년 재임에 성공해 2027년 2월말까지가 임기다. 태평양과 마찬가지로 2026년이 임기 마지막해다. 스타 M&A변호사로서 강력한 입지와 리더십을 보여줘왔는데 올해 전체 순위가 세종에 밀려 4위로 내려앉은 점이 부담이다. 다만 이 또한 일시적 요인이 컸다는 점과 이미 2024년에 태평양보다 먼저 실적이 급성장한 터라 올해 성장 여유가 줄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경영총괄 대표변호사로 선임된 세종 오종한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 임기 만료가 2027년 3월말이다. 세종의 창업자 (신영무ㆍ김두식) 세대 이후 선거를 통해 당선된 첫 대표인데다, 취임 기간 동안 매출을 무려 2배 가까이 올린 성과로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은 대표변호사 중임 제한이 없는 만큼 아직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년(65세)까지 여유가 있고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추가 연임 가능성을 기대하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이들 경영진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매출과 외형성장세를 뒷받침 시킬 인력영입에 대한 태도였다. 

    우선 세종이 앞장섰는데 최근 2년간 금융부문 정성구ㆍ김영진ㆍ강련호 변호사부터 공정거래 신용호 변호사, 그리고 형사 부문 조주연 변호사 등을 한꺼번에 데려가면서 로펌들 사이에선 '인력 블랙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쟁 로펌들에선 "그만한 비용을 쓴만큼 매출과 이익 성장세가 나오겠느냐" "다른 파트너들의 배당이 침해되지 않겠느냐"라는 우려섞인 시선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세종 성장세를 놓고보면 "그만한 영입의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태평양도 최근 인재 영입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디지털 부문 이정명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출신 박승환 변호사 그리고 인프라 PF와 금융부문에서 김건호 문준호 한상호 전문위원등을 영입하는등 공격적인 인재확보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기택 전 대법관과 홍기태 전 부장판사,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법원 고위직과 부처수장급 영입도 이어졌다. 특히 해외로펌 현직파트너(영국계 앨런앤오베리)인 현직 파트너 (크리스 메인워링 테일러)를 직접 데려오거나 경쟁 로펌에서 인력을 데려오면서 '파격적이다'는 평가도 받았다. 

    태평양의 공격적인 외부인재 영입에 대해서도 역시 로펌들 사이에선 우려가 많았지만 최근 추세로는 "이 정도 덩치를 키워야 경쟁한다"는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광장도 지난해부터 안경덕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등 장차관급 인사를 많이 영입하긴 했지만 태평양이나 세종 수준의 외부영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광장으로서는 태평양과 세종이 수십명씩 외부 변호사 영입을 늘릴 때, 내부 인원이 크게 늘지 않는 수준에서 이 정도 매출증가세를 보여줬고 기존 파트너 돌아가는 배당가능이익은 증가하는 효과(?)도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 광장 역시 외형 확대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광장도 외부 인재 영입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분위기로는 상위권 로펌들 사이에선 '그래도 덩치가 중요하다' (Size Does Matter)는 컨센서스가 어렴풋이 형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