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력 흔들린 네이버…쇼핑? 웹툰? 이제 어떤 가치로 평가해야 하나
입력 26.01.21 07:00
국대 AI 1차 관문에서 탈락하자
네이버 AI 역량에 커지는 의구심
실적은 탄탄한데 주가는 답보
성장 서사 자체에 붙은 '물음표'
  • 네이버가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1차 평가에서 탈락했다. 시장에선 네이버가 무난히 1차 관문을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던 만큼, 이번 결과를 계기로 회사에 대한 시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회사의 본업 경쟁력과 기업 정체성을 되묻게 됐단 평가가 나온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1차 평가에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연구원 등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컨소시엄은 탈락했다. 

    과기정통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경우 AI 모델이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탈락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정예팀 1곳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지만,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측은 재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네이버에 대한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경험을 보유한 기업이자, 독자 AI 전략을 추진해 온 몇 안 되는 회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AI 역량 내재화를 추구해 왔다. 이는 외부 AI 모델과의 협업을 확대해 온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한 증권사 IT 담당 연구원은 "잃어버린 성장성을 회복할 분기점이었는데 이를 놓치게 됐다"며 "네이버가 1차 과제에서 탈락한 건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 만큼, 회사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또한 그간 AI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회사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왔다.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단 전략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AI 인프라와 GPU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산업 현장에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특화 플랫폼을 다수 보유한 강점을 앞세워 AI 경쟁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그간 스스로를 AI에 특화한 기업이라 강조해 온 만큼 이번 탈락이 남긴 부담이 작지 않다. 

    물론 정부의 심사 방식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처럼 장기간 누적이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 경쟁 구도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AI 프로젝트를 심사할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갖췄는지에 의문 부호가 붙는단 것이다. 

    제도적 논란과는 별개로, 네이버의 AI 역량을 둘러싸고 업계 안팎에서 지적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5년간 AI 핵심 인력 이탈이 반복되며 역량이 축적되기 전에 조직의 연속성이 끊겼단 얘기가 오르내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는 내부 데이터, 핵심 인력, 누적된 연구개발, 이를 관통하는 컨트롤타워, 자본력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조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판교에선 네이버의 AI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정우 센터장이 정부 AI 수석으로 발탁되며 네이버의 상징성은 강화됐지만, 실제 실무는 LG그룹 출신 인력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내부 지적도 제기돼 왔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네이버를 어떤 회사로 바라봐야 할지, 네이버가 국내에서조차 AI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시장이 네이버에 기대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지 답이 내려지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이번 탈락의 고배를 커머스, 콘텐츠 사업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네이버를 단순한 커머스 앱, 콘텐츠 회사로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AI를 제외할 경우에도 네이버의 사업 정체성은 선명하게 규정되지 않는다.

    실적만 놓고 보면 네이버는 우량한 기업이다. 매년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현금 창출력도 탄탄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네이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252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매출 12조원 안팎을 기록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주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1년간 네이버 주가는 약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0% 넘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계산된다. 실적 개선과 주가 흐름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를 둘러싸고 호재성 뉴스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GPU를 공급받기로 했고, 자회사를 통한 두나무 인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이례적일 만큼 제한적인 반응을 보였다. 

    테크 기업 특성상 투자자들은 현재 실적보다도 중장기 성장성과 미래 전략에 베팅하는 경향이 강하다. 네이버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방향성이 명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두나무와의 기업결합을 공식화할 당시에도 두나무가 보유한 탄탄한 현금창출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가 전면에 내세운 AI·웹3를 축으로 한 차세대 시장 선점 구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업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국대 AI 프로젝트 1차 탈락은 의구심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네이버는 최근 대형 인수합병(M&A)을 예고했다. 지난 9일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부문 대표는 "올해 피지컬 AI·핀테크 분야에서 인수합병(M&A)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겠단 메시지로 해석됐는데, 시장에서는 외형 키우기에 앞서 본업 경쟁력과 성장 전략을 다시 다지는 것이 우선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