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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향후 대응 방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당초 거론됐던 '조 단위'보다는 줄어들어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LTV 담합 판단 자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정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정권 초기 국면에서 정부·당국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운 데다, 일부 금융지주는 회장 체제가 막 출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조건인 LTV와 관련한 정보를 서로 교환·활용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0억14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869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 순이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전국 부동산을 소재지·종류별로 세분화해 설정한 LTV 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상호 공유하고 이를 대출 영업에 활용함으로써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LTV는 부동산 담보 가치 대비 대출 가능 비율로, 대출 가능 금액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정보교환 담합이 금융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경쟁 환경이라면 은행들이 영업력 강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LTV를 제시할 유인이 있지만, 담합을 통해 대출 회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수준의 낮은 LTV가 고착되면서 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조 단위 과징금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점을 고려하면 최종 규모가 예상보다는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은행별로 수백억원대 부담이 발생한 데다, 이번 결정을 수용할 경우 LTV 담합 자체를 인정하는 선례가 남게 된다는 점에서 내부 부담은 여전하다.
업계는 은행들의 대응 방안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lTV 담합 관련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과징금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다 정무적 부담도 커진 만큼 대응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할 경우 절차상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사실상 2심 판단을 받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액 자체보다도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문제"라며 "한 번 인정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안으로 언제든지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주목하는 또 다른 지점은 처분 주체가 금융당국이 아니라 공정위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는 향후 검사·감독 리스크로 직결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공정위는 조사 범위와 방식에서 부담이 다르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언제든 금융사 검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공정위는 그렇지 않다"며 "혐의가 있어야 조사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대응 전략을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내부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LTV 담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 된 정보가 이미 공개된 수준이었고, 업무 편의상 관행적으로 공유돼 왔으며, 대출 조건을 사전에 맞추거나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소비자 피해가 뚜렷하지 않고, 은행들이 담합으로 얻은 이익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은행권이 문제 삼는 부분이다.
다만 실제 소송 제기로 이어질지는 정무적 판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이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하나은행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개별은행별 사안이라 공동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초반 은행들이 정부 판단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집단 대응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회장 체제 안착 등 내부 과제도 고려해야 해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이 충분히 형성되면 나설 수 있겠지만, 소송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공정위의 LTV 과징금에 대해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동으로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현재 개별 은행 차원에서는 내부적으로만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번 과징금은 금융지주들의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원가량 줄어든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오히려 기존 추정치 대비 순이익이 소폭 늘어나는 쪽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확정하면 일단 비용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금액이 기존에 우려했던 수준보다 크지 않은 만큼, 4분기에 반영하고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향후 법적 다툼으로 간다고 가정하면 승소할 경우 그만큼 환입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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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1일 14: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