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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정당국의 정유업계 담합 혐의에 대한 압박이 강화하는 모양새다. 민생 경제와 민감하게 연계된 사안인 만큼 정유사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도 주요 정유사 자문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검찰은 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 본사와 사단법인 한국정유협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유 4사는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 유류 제품 가격을 임의로 올리는 등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는 지난달 9일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매점매석 등에 대해 엄정대응하라고 지시한 뒤 이뤄졌다. 2월 말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전 세계 석유 물동량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내 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담합 등 공정거래 관련 사안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검찰이 공정위보다 먼저 움직인 만큼 물가안정법이 금지하는 매점매석 행위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 법리를 적용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를 지적했다. 담합, 매점매석 등 부당이익을 챙기는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에너지가 시장 핵심 화두로 부상한 만큼 정유사에 대한 압박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수사 중인 상황이라 최대한 자세를 낮추면서도 담합 혐의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다. 다만 사안이 중하다 보니 정유사들은 각각 대형 법무법인들을 선정해 반박 논리 마련과 후속 절차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역시 이번 담합 사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응 자문부터 형사 소송까지 감안하면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수임료를 기대할 만하다.
김앤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과 GS칼텍스를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 모두 김앤장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다만 담합 사건에서 한 로펌이 복수의 당사자를 대리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자문 대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SK에너지는 광장이 대리하고 있다. 광장은 과거 지배구조 개편부터 최근 울산 AI 데이터센터 자문까지 SK그룹과 가장 긴밀한 법무법인이다. 태평양은 HD현대오일뱅크를 돕는다. 마찬가지로 두산인프라코어(현 HD건설기계) 인수, 계열사간 합병 등 굵직한 일을 맡아 신뢰가 깊다.
대형 담합 사건인 만큼 기업들이 법무법인을 추가로 고용할 가능성도 있다. 율촌도 자문 기회를 얻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점쳐진다. 율촌은 작년 말 공정위 시장감시 총괄과장을 역임한 이동원 고문을 영입해 역량을 강화한 바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는 "담합 사건은 초기 대응부터 소송에 이르러 결론이 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 법무법인 입장에선 쏠쏠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정위는 담합 사안에 대해 이전보다 더 엄격한 시각을 들이대고 있다. 최근엔 담합 과징금 하한을 기존 매출액의 0.5%에서 10%로 올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가중 처벌은 강화하고, 감경 사유는 줄어든다.
공정위는 지난 2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에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약 4년간 가격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합의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기업들은 대응을 위해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법무법인을 선임한 바 있다.
입력 2026.04.06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03일 15:47 게재
검찰, 정유 4사 압수수색…정부도 예의주시
정유사들 각각 법무법인 선임해 대응 나서
법무법인, 초기 대응 및 소송까지 보수 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