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호황에 등급 상승…조달여건 개선 속 AI 수요 둔화 변수
입력 2026.03.17 07:00

현금 보유액 34.9조…1년새 2.5배 증가

CAPEX 연간 매출액 30% 수준에서 관리

"축적한 재무 여력, 조정기때 버퍼 역할해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신용등급 개선을 이뤘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재무안정성 제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AI 수요 둔화 국면에서 단기 실적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경우 재무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하이닉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18년 이후 8년 만의 등급 상향으로, 국내 회사채 시장에선 AA+ 등급 이상을 초우량 등급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AI 메모리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잠정실적 기준으로 연결기준 매출액은 97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4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8%, 101.2%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현금 보유액은 14조600억원에서 34조9400억원으로 약 2.5배 늘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차환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채 연간 만기 도래액은 ▲2026년 4800억원 ▲2027년 4800억원 ▲2028년 1조3000억원 등의 순이다.

    SK하이닉스는 회사채 시장의 빅이슈어로 꼽히나, 올해는 시장성 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금을 활용한 상환 여력이 충분한 데다 반도체 업종은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초저리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공모채 조달을 이어왔다. 2022년 당시에도 직전 연도 반도체 업종 호황으로 인해 보유 현금 여력이 충분했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업황 사이클상 시장성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AA+ 등급으로 올라온 만큼 향후 발행 시 금리 메리트와 투자 수요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정책도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자본적지출(CAPEX)를 연간 매출액의 30%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올해 예상 CAPEX는 35조~40조원, 연구개발비는 5조~7조원 내외다. HBM 수요 대응을 위한 라인 확보,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투자, M15X/용인 팹 구축 등 인프라 투자가 예정돼 있다. 신평사들은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는 한 재무구조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중기 업황 사이클이다. 오는 2027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3사의 신규 팹 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시점에 AI 관련 수요 증가세가 꺾일 경우,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가 맞물려 단기 실적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구조인 만큼, 업황 하강기에는 실적과 재무지표의 변동 폭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메모리 산업 특성상 다운사이클이 통상 6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까지 이어지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당장의 실적 보다는 AI 메모리 호황 국면에서 축적한 재무 여력이 향후 사이클 조정기에 얼마나 버퍼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SK하이닉스 신용도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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