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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업계가 노란봉투법 시행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거나 원청·하청 관계에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앞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청 노동자와의 직접 교섭 의무가 포트폴리오 기업을 넘어 실질 지배력을 가진 운용사(GP)에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됐다.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대상도 부당해고나 임금 체불 등 '권리 분쟁'에 대해서까지로 확대했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도 전보다 줄어들게 됐다.
춘투(春鬪)의 시기에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겹치며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엔 벌써부터 교섭 요구가 쏟아지며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건설,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부터 IT, 바이오, 게임·콘텐츠 신흥 산업까지 모두 영향권에 들었다.
이런 상황을 보는 PEF 업계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 직접 고용 중심이고, 원·하청 사업 구조가 아닌 포트폴리오 기업을 가진 곳은 상대적으로 차분한데, 그렇지 않은 곳들은 법 시행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PEF 운용사들은 법무법인과 세미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한다.
PEF들은 케이조선, 현대힘스, 두산건설 등 노란봉투법 영향 산업군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건설사와 조선업의 경우 원청과 협력사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하청 기업 노동조합의 갈등이 상위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PEF가 가장 집중하는 투자처인 반도체 분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PEF 포트폴리오 기업이 원청 기업이라면 하청 업체나 협력사 노조의 교섭 확대에 따른 부담이 커진다. 그 자체만으로도 경영 차질을 빚거나 지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산업 밸류체인의 중간에 있다면 상위 고객사로 노조의 압박이 전해질까 걱정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포트폴리오 기업가치엔 득이 되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도 노동쟁의의 대상에 담았다. M&A 과정에서의 인력 조정이나 배치 전환, 소재지 이전 등 경영상 결정에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낼 여지가 생겼다. 기업 인수 후 비용 효율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PEF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는 줄었다. 회사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등으로 손해를 입을 경우 노조나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책임 의무자별 책임비율을 각각 정해야 한다. 이전처럼 노조 전체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쟁의행위를 억제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한 PEF 운용사 파트너는 "당장 큰 영향이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건설, 조선, 반도체 등 원청-하청 구조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관리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이런 회사들은 투자를 꺼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민은 사용자의 지위가 어디까지 확대하느냐다. 법상 '사용자'는 사업주나, 사업의 경영담당자를 뜻한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 PEF가 전문경영인을 고용해 포트폴리오 기업을 관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의 경영진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갈등의 양상은 결국 '진짜 사장 나오라'는 데 맞춰질 수밖에 없다. 개별 포트폴리오 기업의 소유 구조를 타고 올라가면 결국 운용사에 이르게 된다. 전문경영인을 고용하는 것도 운용사의 일이다. 이 때문에 결국 PEF 운용사에까지 교섭 요청이나 쟁의의 여파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PEF를 둘러싼 논란들은 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포트폴리오 사업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사회 쟁점화하면 실체적 진실을 따지기도 전에 PEF는 악마화된다. 포트폴리오 기업 부실의 여파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넘어 운용사 경영진 개인 재산으로까지 미치기도 한다. 사안의 논리성을 떠나 PEF라는 이유만으로 보다 높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PEF 자문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은 대기업과 달리 PEF 운용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노조와의 관계는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끝나야 하지만 노조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운용사를 불편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26.03.1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13일 15:14 게재
사용자·쟁의 범위 확대에 PEF 업계도 촉각
원청-하청 구조 포트폴리오 기업 영향권
교섭 요구·노사 갈등 GP까지 번질지 주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