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대감 크긴 큰데…손실 트라우마에 간 보는 투자자들
입력 2026.03.19 14:16

바이오 기업 메자닌 발행 규모 천억대로 늘어

투자자 분위기도 우호적…"주가 상승 기대돼"

특정 분야 한정…주가추이·자금조달 양극화

정책수혜 기대감 커도…혹한기 트라우마 잔존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강세를 보인 가운데 제약 바이오 종목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제한된 모습이다. 순환매가 이어지며 제약 바이오 종목도 전반적인 상승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태생적인 불확실성과 일부 종목에 국한한 자금 쏠림 현상에 종목별 양극화만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리 인상, 비용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당시 자금을 회수 못 한 투자자들의 트라우마가 투자 동력을 누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기업은 연구개발(R&D)에 비용을 태우는 구조인데, 자금 투입이 즉각적인 현금 창출 기반으로 이어지진 않는 만큼 기업 가치 상승이 투자 위험보다 더디단 판단이 깔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제약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최근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연초 빅파마에 기술을 수출한 종목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만큼 이벤트를 앞둔 기업들이 재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자들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국내 증시 자체가 큰 폭 상승한 만큼 수출, 연구 성과가 뚜렷한 기업들의 조달 움직임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도 늘었다. 통상 메자닌은 발행 규모가 수십억, 수백억원 정도지만 지난해부터 바이오 기업이 천억원대 조달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R&D 파이프라인이 후기 단계에 진입하면서 필요 자금이 늘고, 최근 조달 환경도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투지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 비만치료제 기업은 각각 1500억원대 메자닌 발행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런 훈풍은 기업 일부에만 국한하는 모습이다. 정부 기조상 모험자본 투자가 활성화될 테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다른 섹터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질 뿐 바이오는 호황기에 못 미친단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투자자들은 수익구조가 명확한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경우 기업공개(IPO) 성패가 매출에 달렸단 점이 정론처럼 여겨진 지 오래다.

    운용사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만큼 바이오 투자와 관련한 유동성이 풍부하진 않다"며 "투자도 기술이전 등 이벤트가 기대되는 곳 위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등 특정 영역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지난해 바이오 시장을 설명하긴 어렵다"며 "최근 자금 조달에 나서고 분위기가 좋았던 곳들도 비만치료제 기업들"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조심성이 많아진 점도 다른 업종 대비 자금 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종목 특성상 정보 격차와 주가 변동성이 큰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자금 부족, 연구 실패로 사업을 접거나 주주들과 고소·고발을 이어간 회사가 많았던 터라 투자자들 사이 이른바 '무지성 투자'는 줄었단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때 바이오 기업 투자와 회수 모두 막히면서 비상장사의 경우 이른바 '물린' 기업이 아직도 있다"며 "해당 업무를 맡았던 부서도 타격을 입었겠지만,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수혜 기대감은 높지만 이런 트라우마에다 주가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바이오 종목 위주의 투자는 꺼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주도 업종 대비 주가 상승 폭이 더딜 뿐 바이오 기업의 경영 환경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으로 인해 핵심 종목의 수급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초 체력을 다진 기업에 자금은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라이릴리, 로슈, 노바티스 등이 국내 접점을 늘리는 점도 빅파마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는 기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양극화가 심화하곤 있지만 최근 초기 단계 투자가 다소 풀리는 등 자금 환경은 바이오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며 "비만치료제 외 리보핵산(RNA) 등으로도 주목도가 넘어가고 있고, IPO 시장에 몰릴 자금도 늘어날 것인 만큼 상장 앞둔 기업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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