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직원들은 메모리보다 덜 벌어도 참고 헌신해야 하나"
입력 2026.04.10 07:00

취재노트

보상체계 개편 기대감보다는 내부 분열만 격화

DS 내부도 '사측 갈라치기'라며 갈등 커지는 중

처음부터 사업별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인데

회사 파운드리 전략에 헌신했다간 손해만 본다?

우수 인력 메모리 편중·이탈시 결국 회사 손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에만 57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주식시장은 축제 분위기다. 투자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 곳간에 쌓일 순현금만 200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작 회사 내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탄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벌어온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두고 내부 불만과 분열 조짐이 밖으로 터져나온다. 

    누적된 불만에 불 당긴 '57조'…8만명 향해가는 노조

    현재 회사와 초기업노동조합은 영업익 10~15%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협상 중이다. SK하이닉스처럼 50%로 묶여 있던 기존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고 파이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큰 틀에선 합의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많다.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인재를 잡아둘 유인 자체가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올해 연말쯤 수년치 설비투자(CAPEX)를 차입 없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이 쌓일 거라 더 이상 거부하거나 미룰 명분도 없어 보인다"라며 "이만한 돈을 적기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압박만 더 심해질 텐데, 인재풀 확대에 재투자하겠다면 주주들 역시 반대할 명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회사가 기존 보상체계를 고수했다가 올해를 기점으로 양사 연봉 격차가 수배 이상 벌어질 거라 보고 있다. 전체 임직원 12만여명 중 노조 가입자 수도 벌써 8만명을 향해가고 있다. 그간 쌓인 불만이 적지 않다 보니 기대 이상 호실적이 쌓인 장작에 불을 당겼다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노조는 5월 파업을 앞두고 오는 23일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파이를 부문과 사업부가 7대3 형태로 배분하는 방안을 두고 사업부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캐시카우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에선 적자만 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나 시스템LSI(설계전문)를 위해 왜 재분배를 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등 비(非) 메모리 사업부에선 회사가 차별을 제도화해 직원들을 갈라치지 말라고 맞선다. 반도체(DS) 부문이 부진할 때 회사를 받쳐온 나머지 모바일,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부에서도 자연히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단순한 내부 갈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회사의 대응 방식이 오히려 분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삼성전자가 사업부 단위 선별보상 가능한 조직일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대전제만 놓고 보면 메모리 사업부 불만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증권가에선 1분기 57조2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 중 53조원가량이 DS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한다. 비메모리 적자를 감안하면 메모리에서만 54조원 이상 이익을 남겼을 거란 추정도 가능하다. 거의 메모리가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사측이 7대3 비율을 무슨 근거로 도출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적자 사업부를 위해 내부 재분배에 동참하면 SK하이닉스보다 덜 받게 될 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가 각 부문 간 유기적 연결을 전제로 수십년에 걸쳐 짜여졌다. 개별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발라내서 보기도 어렵고, 성과를 사업부 단위로 분리해 보상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 메모리 이익이 폭발적으로 치솟는 최대 배경은 전방 인공지능(AI) 전환 수요다. 회사 임직원들이 지난 수십년 구축해 온 강력한 해자 덕에 산업 전환기 쏟아지는 현금을 고루 쓸어담게 됐다. 지난 2년여 동안 D램 재설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등 경쟁력 복원에 전념한 개별 공로가 없지 않겠지만 메모리 사업부 홀로 잘해서 이만한 돈을 벌게 됐다고 하기에도 분명 무리가 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메모리를 수직계열화한 독보적 구조 덕에 DS 부문 전체의 영업 레버리지가 극대화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덕에 HBM4에서부터 SK하이닉스를 추월할 것이라 분석하는 시각이 늘었다. 고객사 요구성능이 치솟으면서 성능 경쟁의 무게 중심도 순수 메모리에서 로직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체 파운드리로 베이스다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성능은 물론 원가구조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모바일경험(MX) 등 다른 부문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MX는 내부 고객으로서 반도체 수요를 흡수하면서 실적 변동성을 낮춰주는 하방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전방 수급 문제로 메모리 가격이 치솟자 역으로 부품·자재 비용(BOM)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돈 나오는 호주머니가 A 사업에서 B 사업으로 옮겨간 것에 불과하지만, 이 변화가 임직원 보상 구조에까지 반영되면 사업부 간 갈등만 커지게 된다. 

    회사 전략에 헌신했다간 손해보는 왜곡된 인센티브 지적

    보상이 특정  사업부에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는 게 삼성전자의 장기 전략에도 득이 되기 어렵다. 회사 전략을 따를수록 보상이 줄고, 사이클을 타면 보상이 커지는 구조가 반복되면 반도체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운드리가 대표적이다. 그룹의 초장기 역점 사업으로 출발했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메모리 수준의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회사는 처음부터 메모리에서 번 돈을 파운드리에 쏟아붓는 방식 추격전을 전제로 파운드리 사업을 구상했다. 

    현재 파운드리가 겪는 부진의 상당 부분이 전임 경영진의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안팎 진단도 적지 않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사업 역시 똑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이 시기 경쟁사로 떠난 DS 부문 내 인력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와서 사업부 벌이가 시원찮다는 이유로 보상을 적게 한다면 우수 인재들이 회사 전략에 헌신할 이유가 사라진다. 오히려 이탈할 유인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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