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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SK에 이어 삼성과도 투자 맞손을 잡으면서 한국 인공지능(AI) 투자의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생성형 AI나 플랫폼이 아닌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인프라 자산에 집중하는 행보로 KKR이 한국 시장에서 AI 밸류체인 하단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KKR은 삼성SDS에 약 1조2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향후 6년간 인수합병(M&A), 자본 배분, AI 사업 확장 전략을 함께 자문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삼성SDS는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AI 인프라와 신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PEF가 삼성 계열사와 이 같은 장기 전략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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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로 KKR은 삼성과 SK 양측 모두와 협업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부터 KKR은 SK그룹의 리밸런싱 매물을 소화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현재는 2조원 규모 울산 AI데이터센터 소수지분 매각 협상을 이어오고 있으며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지분을 나눠 가지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울산GPS·SK멀티유틸리티 지분 인수전에도 참전했다. 해당 투자 건은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입찰 초기부터 KKR이 딜 구조 변경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지를 피력했다.
SK그룹과는 올해 초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산을 한 곳으로 모으는 합작법인(JV) 설립도 논의 중이다. 그 일환으로 SK디스커버리 산하 에너지플랫폼 기업 SK이터닉스를 올해 초 품에 안았다. SK이터닉스는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기업이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자산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로 KKR의 한국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던 가운데 이번 삼성SDS 투자로 AI 서비스 영역까지 투자 범위를 넓혔다.
KKR의 행보는 특정 AI 기업이나 기술에 대한 직접 투자라기보다 산업 전반의 성장에 대한 '간접 베팅'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생성형 AI와 플랫폼 경쟁은 변동성이 큰 반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KKR 입장에서는 누가 AI 경쟁에서 승자가 되더라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반 자산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KKR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올해 초 KKR은 컨소시엄을 꾸려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 'ST텔레미디어 글로벌데이터센터(STT GDC)'를 109억달러(한화 약 16조원)에 인수했다. STT GDC는 아시아 최대급 데이터센터 운영사 중 하나로 인도·한국·일본·말레이시아 등 20개 시장에서 100곳이 넘는 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의 아시아태평양 인프라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기도 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KKR이 기존에는 폐기물과 같은 전통적인 인프라 자산에 투자했다면 최근에는 AI 트렌드와 맞물리는 자산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데이터센터나 에너지, 전략망 등 AI 시장 확대와 맞물리는 자산을 선점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환경도 KKR와 같은 글로벌 자본의 진입이 용이한 환경으로 조성되고 있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들이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여전히 병목 구간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구축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대기업들이 자체 투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부 역시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신규 민간투자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민간 자본을 독려하면서 수요와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KR이 아시아 지역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자산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AI 인프라 밸류체인 하단을 선점하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과 SK 외에도 데이터센터, 통신망,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KT는 전국 통신망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기반으로 AI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LG 역시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중심으로 AI 서비스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KKR이 인프라 자산과 수요처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국내 주요 인프라 사업자들과의 협력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입력 2026.04.16 14:4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16일 14:43 게재
SK AIDC 투자, 삼성과 전략적파트너십
아태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속 한국 공략 본격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