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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 변수가 반도체 산업 밖에서 등장하고 있다. 변압기 등 전력기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DC) 착공이 늦춰지면서 반도체 수요 역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중공업이나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의 공급 능력이 전체 AI 투자 속도를 제약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진행 중인 AI DC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지연되고 있다. 변압기와 스위치기어 등 필수 설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착공 자체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검토에 들어간 일부 프로젝트는 아예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된다.
반도체 수요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메모리 수요를 견인해온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DC 증설 속도전이 전력기기 부족에 가로막힐 수 있는 구조인 탓이다. 칩이 있어도 전력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면 DC를 가동할 수 없으니, 메모리 수요 반영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확실히 지금 메모리 수요 전망을 분석할 때 전방 DC 프로젝트의 착공 지연 등 차질 가능성까지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형 고객사를 선별해 구속력 강한 장기공급계약(LTA)을 끌어내고는 있지만, 향후 수요가 일부 이연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변압기가 똑같이 병목을 일으켜도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걸 시장이 간과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변압기 산업은 단순히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공급을 빨리 늘이기 어려운 시장으로 통한다. AI DC에 필요한 대형 변압기는 대부분 주문형으로 설계, 제작되는데 자동화에 한계가 있어 숙련공 투입 비중이 높다. 생산라인이나 건조 설비 증설은 가능해도 필요 인력이 부족하면 생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공정 자체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도 단축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통상 12~18개월 수준이던 리드타임이 24~36개월까지 늘어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생산에 필요한 시간은 고정돼 있고 인력은 부족한데 AI DC와 같은 신규 수요처 외에 기존 노후설비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다.
관련업계 한 인사는 "현재 납기일을 맞출 수 있는 물량으로만 3년치 수주잔고를 확보해둔 상태"라며 "숙련도를 갖춘 인재는 꾸준히 채용 중이고 변압기 이후로는 배전기기 분야까지 수요가 밀려들 것이라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국 같은 필수 인프라라 하더라도 공급 확대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품목에 맞춰 전체 산업의 투자 속도가 조절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보다도 전력 인프라 구축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주기적으로 AI 투자가 버블이냐 아니냐를 두고 시장 분위기가 오락가락해왔는데, 실제로는 일부 품목의 병목이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라며 "1차적으로는 메모리가 전방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지만, 더 큰 제약을 가하는 건 변압기처럼 생산 자체가 오래 걸리는 품목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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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력기기 업체들의 향후 실적이나 주가 흐름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못지 않게 좋을 것이란 전망도 계속된다.
실제로 효성중공업이나 HD현대일렉트릭 모두 제한된 공급 여건 속에서 수주를 선별적으로 확보하며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드타임은 길어지는데 수주잔고가 계속 쌓이면서 중장기 실적 가시성은 높아지고, 메모리 반도체와 유사한 초과이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이다. 시장에선 양사의 미국 현지 초대형 변압기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주가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14일 효성중공업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보다 3% 이상 올라 사상 최고가(317만7000원)를 경신했다.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300만원 선을 지키고 있다. 이날 HD현대일렉트릭 주가도 전일보다 5% 이상 오르며 다시 전고점(111만6000원)을 향해가고 있다. 양사 주가의 지난 3년 수익률은 각각 4400%, 2700%에 달한다.
입력 2026.04.1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15일 07:00 게재
美 AI DC 프로젝트 착공 지연…변압기 병목 탓
증설해도 생산 오래 걸려 리드타임 지속 장기화
효성重·HD현대일렉, 메모리 수준 초과이익 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