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딩은 실종, 태핑만 반복"…깊어지는 M&A 시장 관망세
입력 2026.04.20 07:00

공개입찰 줄고 태핑 중심 비공식 접촉 확대

"리스크 피하자" 거래 전 '눈치보기' 장기화

규제 불확실성까지…M&A 시장 거래 가뭄

  •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매도자들이 공개 경쟁입찰(비딩)보다 사전 수요를 살피는 태핑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 성사 가능성과 리스크를 면밀히 따지려는 기조가 확산되면서, 시장 전반의 관망세도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다이닝브랜즈(BHC그룹)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으며, 자문사를 중심으로 투자자 의향을 타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bhc 지분을 인수한 뒤, 2021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을 추가로 인수하며 다이닝브랜즈 체제로 재편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JP모간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S&I코퍼레이션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비딩 절차에는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원매자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 과정을 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A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볼 만한 딜이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적정 시점과 적정 인수자(right timing, right buyer)’를 찾는 작업이 한층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글로벌 PE 관계자는 “공개 경쟁입찰(auction) 방식의 명확한 딜보다는, 구조가 복잡하고 변동성이 큰 특수상황 거래를 중심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전에는 IB를 선정하면 투자설명서(IM)를 만들고 곧바로 비딩 절차에 들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진성 원매자를 확보할 때까지 태핑을 통해 조용히 진행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 매각자인 롯데케미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조대리석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며 잠재적 투자자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UBS를 통해 일부 PEF를 중심으로 태핑을 진행하며 사전 수요를 점검한 뒤, 가격 격차를 좁혀가는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비딩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PEF 운용사인 유진프라이빗에퀴티(PE)와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가 보유한 서울전선도 매각이 진행 중이다. 매각 주관사로는 삼일회계법인과 삼정KPMG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각각 선제적으로 원매자 확보에 나서는 경쟁을 벌였으며, 최종적으로 두 곳이 공동으로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투자은행(IB) 등 자문사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딜 소싱과 성사 난이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딩에 나섰다가 거래가 무산될 경우 감수해야 할 리스크 부담도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주요 IB 헤드들 사이에서는 “최근이 가장 일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토로도 나온다. 거래 자체가 부족한 데다, 딜을 발굴해 성사까지 이끄는 전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PEF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보유한 미용업체 바임 역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며, 기업가치가 조단위로 거론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외 주요 IB들이 대거 제안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자문사 선정 경쟁에서도 핵심 변수는 결국 ‘딜 소싱 능력’으로 꼽힌다. 과거 거래를 성공적으로 발굴한 이력과 함께 향후 유망 매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 가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클래시스 역시 매각 과정에서 장기간 태핑 중심의 절차를 이어온 바 있다. 미용(에스테틱) 섹터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모든 기업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자(SI) 참여가 제한적인 만큼, PEF의 엑시트 환경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세컨더리 거래라도 비교적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중복상장 금지 등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PEF 거래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PEF들이 선뜻 딜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는 뚜렷한 거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글로벌 PE 관계자는 “비딩에 들어갈 만한 딜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 데다 당분간 관망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규제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를 추진했다가 향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구조 설계나 투자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아웃의 경우 일대일 협상을 통해 마무리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만큼, 진성 원매자를 찾으면 조용히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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