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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건축·주택 중심의 전통 포트폴리오에서 새 먹거리인 플랜트·에너지 부문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의 업황이 어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관련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이제 본계약 가시화로 이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수주에 힘쓰고 있다. 압구정 '최대어'인 압구정3구역(예정 공사금액 5조5610억원)에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압구정5구역(1조4960억원)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했다. 작년 압구정2구역(2조7489억원)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압구정 수주에 적극적인 이유는 압구정이 건설사들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사업지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주거지라는 상징성을 지닌 만큼 시공 여부는 곧 하이엔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세 개 구역 모두 계약을 체결할 경우 약 10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이 예상된다.
다만 현대건설은 이와 별개로 주택 부문 전반에서는 점차 힘을 뺄 것으로 점쳐진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는 장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작년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주택 사업은 원가율과 공사비가 급등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은 탄탄한 수요와 공급 제약이 맞물리며 안정적인 분양 여건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다.
연초 조직 개편 이후 주택 부문을 둘러싼 보수적인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건축·주택, 안전·품질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문제 사업장 관리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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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플랜트와 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AI 시장이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4월초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 건축·주택과 토목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넘어 에너지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플랜트와 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가 제한적인 만큼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에너지와 주거를 결합한 통합 방식에 관한 구상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해외 오지에 플랜트·에너지 공사를 진행할 때 인근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해 초기에는 인부 숙소로 활용하고 이후 공장 직원용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작년 이 대표는 작년 3월 창사 첫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에너지 전환 리더'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원자력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점 추진해 에너지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통 건설사 역할에서 에너지 중심 사업자로의 전환 흐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에서 플랜트·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21년 25%였던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25년 32%를 기록했다. 규모로는 113.5% 증가했다. 건축·주택 부문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24년 67%에서 2025년 54%로 감소했다.
이제는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 가시화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는 기대가 선반영된 상태로, 시장에서도 주택 수주보다 원전 등 에너지 사업 기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미국 페르미,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등)과 SMR(미국 펠리세이즈 등) 등의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원전사업은 장기 시공에 따른 원가부담 확대 가능성, 원천 기술 및 설계 주도권의 제약, 인허가 및 제도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으며, SMR 시장은 현재 산업의 초기 단계로 본격적인 영업실적 반영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입력 2026.04.21 11:08|수정 2026.04.21 11:0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16일 07:00 게재
압구정 조 단위 수주 앞둔 현대건설
주택 경기는 장기 침체 국면
조직 개편 이후 보수적인 사업 기조
새 먹거리인 플랜트·에너지 전환 가속도
원전·SMR, 본계약 전…증명 필요 단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