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60% 묶은 국민성장펀드…남은 쟁점은 '무엇을, 언제 담나'
입력 2026.05.04 07:00

첨단산업 60% 의무화…'관련 기업' 범위 해석은 여전히 넓어

30개월 내 비중 충족 허용…초기 집행 시점이 수익률 변수

비상장·기특상장사 신규자금 확대…코스피 투자는 10% 제한

시행령 틀 갖췄지만…관심은 최종 운용전략·상품설명서로

  • (그래픽=AI 생성 이미지)

    정부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의 세제지원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며 투자 비율과 보유 기간 등 큰 틀의 운용 기준을 구체화했다. 숫자는 정해졌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았다는 평가다. 당장 '첨단산업'의 정의 자체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상품이 출시된 뒤 어떤 자산을 '첨단산업 투자'로 인정할지, 또 모집된 자금이 언제부터 실제 첨단산업 자산으로 집행되기 시작할지가 상품의 성격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3일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과세특례 후속 조치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등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국민참여형 펀드를 '환매금지형 사모재간접공모펀드' 구조로 설계하고, 한국산업은행법상 첨단전략산업 기업 및 관련 기업의 주식·지분·채권 등에 60% 이상 투자하도록 했다. 해당 비율은 펀드 설정 직후가 아니라 30개월 내 충족하면 된다. 의무투자기간은 3년,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기간은 5년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기준은 한층 선명해졌다. 하지만 운용 실무로 들어가면 해석의 여지는 여전히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지점은 '무엇을 60% 투자 대상으로 볼 것이냐'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10일 자펀드 운용사 선정기준을 발표하면서 국민참여형 펀드의 주목적 투자대상을 첨단전략산업기업과 관련 기업으로 규정하고, 개별 자펀드가 결성금액의 60% 이상을 이들 대상에 투자하도록 했다. 동시에 자펀드 결성금액의 30% 이상은 비상장기업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에 신규자금 방식으로 투자하고, 주목적 투자로 인정되는 코스피 투자는 10% 이내로 제한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관련 기업'의 외연이 생각보다 넓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 당시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의 범위를 첨단기업의 생산·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거나 설비를 구축하는 기업, 생산설비 구축 또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대출·보증 등을 하는 기업, 첨단기업이 생산하는 물품 등을 구매하는 거래상대방 등까지 폭넓게 열어뒀다.

    즉 첨단산업 본체뿐 아니라 장비, 인프라, 금융지원, 구매처까지 포함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가 문화·콘텐츠 산업과 핵심광물 공급기업까지 지원대상에 추가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첨단산업 60%'라는 문구가 정책적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포트폴리오에선 상당한 재량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운용사 입장에선 순수 첨단기술 기업에만 자금을 넣기보다 밸류체인 전반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도 상당 부분 비중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일례로 지난해부턴 주식 시장엔 '구리 채굴 기업'이 AI 관련주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왔다"며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구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국제 시세가 오르며 관련 채굴기업까지 주가가 올랐는데, 그렇다고 이 채굴 기업을 '첨단산업'이라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자대상에 주식·지분뿐 아니라 채권, 메자닌, 인프라 대출까지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상품 구조에 따라선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취지와 실제 자산 배분 사이에 온도차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은 '언제 담느냐'다. 이번 시행령은 60% 투자 비율을 즉시 맞추도록 하지 않고 30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는 대체로 실제 딜 소싱과 자펀드 결성, 투자 집행에 시간이 걸리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제혜택을 받고 자금을 장기간 묶는 대신 첨단산업 성장 과실을 공유하겠다는 상품인데, 정작 출시 초기 자금이 상당 기간 대기성 자산이나 과도기적 포트폴리오에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60%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60%가 언제, 어떤 속도로 채워지는지가 체감 수익률과 상품 신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IB업계에서는 이번 상품이 단순 공모펀드가 아니라 '사모재간접공모펀드'라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국민 자금을 모아 모펀드를 조성한 뒤 다수의 자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실제 성패는 공모 외피보다 안쪽의 사모 운용전략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하우스가 자펀드를 맡느냐, 비상장과 기술특례상장사 신규자금 비중을 어떻게 채우느냐, 코스피 10% 제한 아래 유동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성과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가 운용사 책임성 강화를 위해 자펀드 결성금액의 1%를 후순위로 출자하도록 의무화하고, 1%를 초과 출자하면 선정 심사 때 가점을 부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장치로 읽힌다.

    국민성장펀드 자금 모집을 담당할 공모펀드 운용사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선정됐다. 자펀드는 400억~1200억원 규모로 10개사 안팎을 뽑을 예정이다. 자펀드 선정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과 판매사 전산개발 등을 거쳐 5월 중 실제 상품이 출시될 계획이다. 이에 남은 관심이 시행령 문구보다 최종 상품설명서와 자펀드 운용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숫자보다 실제 운용 과정에서 어떤 자산을 주목적 투자로 분류하고, 초기 자금을 어느 시점부터 본격 집행하느냐가 상품 흥행과 수익률을 가를 것"이라며 "제도가 외형을 갖춘 만큼 이제는 실제 운용 매뉴얼과 자펀드별 포트폴리오 설계안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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