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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을 둘러싼 유동성 우려가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회사채 미매각과 신용등급 하향, 외부 투자 유치 무산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상암동 JTBC·중앙일보 사옥을 포함한 자산유동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은 매각 자문사로 컬리어스를 선정하고 보유 부동산과 일부 계열 자산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상암동 JTBC·중앙일보 사옥 일부를 활용한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중앙그룹이 최근 자문사를 선정하고 현금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그룹의 상암 사옥은 법인별로 나뉘어 보유하고 있다. JTBC가 입주한 상암제이티비씨빌딩은 중앙홀딩스 소유이며, 인접한 중앙일보 사옥은 중앙피앤아이(P&I)가 보유 중이다.
문제는 JTBC빌딩에 이미 상당 규모의 담보 차입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 등을 근저당권자로 한 채권최고액 기준 약 1380억원 규모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때문에 사옥 유동화가 현실화하더라도 매각대금 상당 부분이 기존 차입금 상환에 우선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단순 부동산 매각을 넘어 비핵심 계열사 정리 가능성도 함께 거론하고 있다. 최근 중앙그룹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단일 자산 매각만으로는 그룹 전체 유동성 압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시장에서는 광고·플랫폼 계열사, 일부 콘텐츠 자회사 지분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에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한 재무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그룹 핵심 콘텐츠 계열사인 콘텐트리중앙은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레스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와 추진하던 3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협상이 결렬됐다. 해당 자금은 기존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상환을 위한 리파이낸싱 목적이 강했다.
콘텐트리중앙은 2021년 JKL파트너스로부터 약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를 유치했고, SLL중앙 역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텐센트 등으로부터 대규모 프리IPO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IPO 시장 침체와 콘텐츠 업황 둔화가 겹치며 투자금 회수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시네마 합병 역시 투자 유치 난항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IMM크레딧앤솔루션(ICS) 등의 투자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 가능성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중앙그룹을 둘러싼 자산유동화 관측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용평가사들도 최근 들어 중앙그룹 전반의 재무 리스크를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SLL중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LL중앙은 지난 2022년까지 국내외 콘텐츠 제작사에 약 4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말 735억원에서 지난해말 2747억원까지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M&A와 콘텐츠 투자 및 금융비용 부담으로 차입 규모가 확대됐다"며 "계열의 과중한 재무부담에 따른 사업·재무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SLL중앙은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8.5% 수준의 고금리를 제시했음에도 기관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단순 금리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업황과 그룹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중앙일보의 신용등급 전망 역시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낮췄다. 계열 지원을 포함한 재무부담 확대와 금융비용 부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제약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중앙일보의 총차입금은 2021년 말 1189억원에서 지난해 2887억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 역시 312.9%까지 상승했다. 중앙일보는 JTBC·콘텐트리중앙 등 계열사 자금조달 과정에서 지급보증과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데, 관련 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250억원까지 확대됐다.
최근 채권시장 분위기 역시 중앙그룹에는 부담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회생절차 이슈 이후 A급 이하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중앙그룹 계열 채권 역시 시장에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에서는 중앙 계열 채권을 사실상 신규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SLL중앙이 최근 발행한 채권을 셀다운하지 못해 상당 부분 증권사가 떠안은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는 매도·매수 호가 차이가 20% 이상 벌어질 정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이 필요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단기채 등 시장성 차입을 안정화하고 금융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 자산 매각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옥 매각만으로는 자구책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며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지원 등을 기대하려면 대주주 차원의 실질적인 자본 확충이나 추가 자산 매각 등 보다 강도 높은 재무개선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중앙그룹이 단순 부동산 유동화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 정리와 외부 투자 유치 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 자산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중앙홀딩스 측은 "재무건전성 개선 노력 및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여력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나 자산유동화 관련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력 2026.05.08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5월 07일 19:46 게재
투자 무산·회사채 미매각에 유동성 부담 확대
상암 2개 사옥 유동화 거론…계열사 정리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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