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가상승동력 뺏어간 SK스퀘어…하이닉스 오를수록 몸값은 역설
입력 2026.05.22 07:00

박정호 전 부회장 "손자회사 하이닉스 M&A 못한다"며 출범

M&A 기능은 이미 SK㈜·SK하이닉스로 분산

등록 직원 100명 미만에 지주사 비서실장 출신 사장 선임

지주사 목표 뺏은 중간지주의 기형적 지배구조

  • SK하이닉스 주가가 기록적으로 폭등하면서 모회사 SK스퀘어는 시가총액 150조원, 국내 증시에서 세 번째로 비싼 기업이 됐다. 당초 SK㈜가 파이낸셜스토리로 세운 목표를 중간지주사가 꿰찬 형국이다. 그룹 지배구조나 각 계열사 정체성에 상당한 괴리가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스퀘어 출범 자체는 '투자 전문'이었으나, 현재 관련 기능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룹 지주사를 향해야 할 SK하이닉스의 배당, 지분 가치, 주목도를 SK스퀘어가 의도치 않게 가로채는 다소 엉뚱한 국면이 펼쳐지게 됐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14일 SK스퀘어는 전일보다 1.6% 하락한 117만1000원에 마감했으나 여전히 150조원 이상 시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SK하이닉스가 랠리에 돌입하며 재차 주가가 치솟더니 어느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어 국내 증시 3위(우선주 제외) 몸값을 굳힌 모습이다. 이달 들어 주당 가격도 100만원을 넘어서며 그룹 역사상 두 번째로 '황제주'에 올라서게 됐다.

    SK하이닉스 없이는 배당도 힘겨운 '투자전문' 회사 

    SK스퀘어가 거두고 있는 시총 상승의 과실(果實)에 대해선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가 내려진다. 하나는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소화하는 모범적인 지주사의 전형이다. 지난해 11월, 회사는 2028년까지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30% 이하로 낮추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유지하는 등 목표를 내놨다. 불과 반년 만에 목표치를 달성한 것은 물론 올해부턴 자사주 매입,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도 대폭 확대했다. 

    다른 하나는 SK하이닉스 덕에 이 모든 과실을 의도치 않게 취하게 됐다는 점이다. 

    SK스퀘어 주가가 치솟는 이유는 SK하이닉스 주가 폭등이다. 회사 NAV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95%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연결실적의 경우 SK하이닉스 지분법 손익을 제외하면 적자 상태다. SK하이닉스 지분 20%를 쥐고 있지 않았다면 주가 상승은커녕 배당 재원도 확보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다. 

    SK하이닉스 프리미엄을 잔뜩 누리게 되며 회사 정체성이 더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초 SK스퀘어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하며 출범한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회사다. 규제산업인 통신사(SKT)에 가려져 있던 자회사 가치를 이끌어내고 공격적 투자로 그룹 내 ICT 거점을 만들겠다는 목표였으나, 수년째 시장에서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는 SK하이닉스 단일 종목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나 배당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까지 나온다. 

    조직 구성 면에서도 SK스퀘어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현재 SK스퀘어 임직원 수는 약 80명 규모다. 회사 시총 150조원을 단순 대입하면 인당 관리 자산 가치가 2조원에 육박하는데, 비대한 몸집에 비해 조직 규모가 극히 단조롭다. 작년 10월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정규 사장도 직전까지 SK㈜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사다. 김 사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SK플래닛 미국지사 팀장 등을 지내며 해외에서 투자와 사업개발 업무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회사는 투자 전문가 집단보다는 지주사 의중을 충실히 이행하는 관리형 조직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

    박정호 전 부회장이 설계한 청사진이 어긋나면서 발생한 구조적 결함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당초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상법상 제약에 걸리자 ICT 투자전문 중간지주사를 세우는 승부수를 띄운 장본인으로 통한다. 야심차게 추진한 자회사 중복상장 작업들은 줄줄이 무산됐고 독자 투자 성과 역시 미미하다. 현재 SK스퀘어 산하 포트폴리오는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온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외국계 한 기관투자가는 "SK스퀘어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적자를 얼마 줄였다거나 지분 매각으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내용에 대해선 사실 분석할 내용이 없다"라며 "투자 전문성에 의한 가치 창출보다는 SK하이닉스를 직접 사기 부담스러울 때, 지주사 할인을 감안한 차익 거래 기회로 거쳐가는 대용주식이 실제 포지션"이라고 설명했다. 

    "바위보다 커진 따개비"…SK㈜ 모델 잠식한 중간지주

    그룹 차원에서는 보다 냉소적인 시각이 감지된다. 지금 SK스퀘어가 향유하는 주목과 관심이 사실은 SK㈜를 향했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 실제로 SK㈜ 주가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자회사 SK스퀘어에 비해선 상승폭이 완만한 편이다. 

    SK㈜는 SK스퀘어가 출범하기 전부터 '전문 가치 투자자'로서 역량을 입증해 시가총액 1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SK스퀘어와 마찬가지로 투자로 돈을 벌어서 주주에게 돌려주는 모델을 세우면서 그룹 내에 투자전문 상장 지주사 두 곳이 존재하게 된 셈이다. 

    양사 모두 본질적인 투자 성과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한다는 이유로 SK스퀘어가 SK㈜ 대신 140조원 이상 몸값을 달성하게 됐다. 어차피 SK하이닉스 때문에 투자하는 거라면 SK스퀘어가 SK㈜에 비해 훨씬 직관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SK㈜ 입장에서 보면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낙숫물을 중간에서 수취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기능이 제한적인 계열사가 지주사 위치를 점해버린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SK그룹을 보면 지배구조는 복잡한데 결국 돈은 SK하이닉스가 거의 대부분 벌어오는 구조여서 SK스퀘어 대신 SK㈜를 택할 이유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SK스퀘어 몸값 더 오를 텐데…앞으로가 더 걱정

    문제는 기획 주체는 사라졌지만 결과물인 SK스퀘어는 SK㈜ 가치를 잠식하는 계륵으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몸값이 뛸수록 SK㈜가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중간 정류장이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를 가로막는 장벽 비슷하게 된 형국이다. 

    SK하이닉스 덕에 SK스퀘어 주가 상승이 계속될수록 회사 정체성 혼란이나 그룹 지배구조 모순이 더 심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증권가에선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더 공격적으로 바뀔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연 20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꾸준히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적용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펀드 편입 비중 조절이나 수급 등 기술적인 이유에서라도 SK스퀘어 주가에 강한 상승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SK스퀘어 독자적인 투자 기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미 그룹 리밸런싱(사업 조정) 과정에서 중대한 투자 관련 의사결정 권한은 지주사인 SK㈜ 중심으로 재편됐고, SK스퀘어 입지는 좁아진 상태다. 여기에 SK하이닉스마저 미국 현지에 별도의 인공지능(AI) 투자 전문회사를 출범시키며 독자 행보에 나섰다. SK스퀘어가 수행해야 할 투자 전략 기능이 모자회사로 분산되면서 정체성 공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SK㈜ 입장에서도 꼬리가 몸통보다 커진 상황에서 그룹사 관리 동력이 애매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무거운 SK㈜보다 단순명쾌한 SK스퀘어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상법으로 지배구조 개편 비용이 치솟은 터라 SK하이닉스가 빛을 발할수록 지배구조 모순도 두드러지는 상황이 반복될 거란 지적이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상법을 개정하면서 SK㈜가 SK하이닉스 현금 창출력을 활용하기도, 자회사 위치로 끌어올리는 지배구조 개편도 더 어려워졌다"라며 "SK스퀘어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로 인한 성과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기 곤란한 분위기 아닐까 하는 시각이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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