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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코스닥 상장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환사채(CB)가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최근 CB를 발행하거나 발행을 검토한 기업들은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오는 7월 5000억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하기로 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없어 만기일인 2031년 7월에 원금 100%를 일시 상환하는 구조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도 없어 추후 CB 인수 기관이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주주 희석 부담은 제한적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CB 발행을 통해 신용등급 상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1분기 기준 157.6%인 부채비율을 143.6%로 14%포인트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한 현대건설 신용등급(AA-) 하향 트리거 기준선인 150%를 밑돌 수 있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월 CB 5000억원을 발행했다. 표면 및 만기이자율이 0%며 리픽싱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만기는 5년이며 현대건설과 달리 발행 3년 후부터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당시 KAI는 CB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차입금 상환 효과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부채비율이 작년 3분기 말(442.2%) 대비 116.5%p 개선된 325.7%로 축소된다.
CB 시장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주식 전환 시 부채비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연 4.2% 수준이던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최근 4.5% 안팎까지 상승했다.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들의 조달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량 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은행 대출 등 대체 조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CB는 전환권을 부여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특히 부채 비율 관리가 필요한 대기업의 경우 제로금리 CB가 매력적인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이자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CB 발행이 모든 기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CB는 향후 주식 전환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만큼 발행 당시 주가 수준이 중요하다. 주가가 높을수록 동일한 금액을 조달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이 감소한다. 현대건설과 KAI는 각각 원전·에너지 사업과 방산 업황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시점에 CB 발행을 추진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40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검토했지만, 3월 계획을 철회했다. 일부 기관투자자(LP)들이 CB 투자를 검토했었지만 SKIET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투심이 위축되면서다. 당시 거론되던 CB 조건은 표면 및 만기이자율 0%, 만기 5년, 풋옵션 2년 6개월 이후 행사 등이었다.
코스피 기업들의 CB 발행 사례가 축적되면서 향후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중심으로 CB 활용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보다 CB 등 메자닌 조달을 검토하는 코스피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발행을 서두르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시점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입력 2026.06.15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6월 12일 14:29 게재
현대건설·KAI 잇단 제로금리 CB 발행
투자재원 확보·재무구조 개선에 활용 확대
주가 수준이 발행 성패 가르는 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