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후폭풍'…"투자 수요 억제만으론 부족"
입력 2026.06.26 13:42

대출 조이기로 활로 모색…민간 '떠넘기기식 규제' 논란

상품 효율화 '필요'…가격 안정화·LP 헤지 부담 완화 '핵심'

500조 시장에 뒤처진 인프라…"인력·제도 개편 서둘러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증시 변동성 심화라는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태 수습을 위해 '투자 수요 억제책'을 제시했지만, 자본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손발을 묶는 임시방편식 사후 규제를 넘어 ETF 시장 성장세 대비 낡은 거래 인프라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금감원은 국내 주요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책임자(CRO)들을 긴급 소집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과열된 '투기성 수급'을 잡기 위해 증권사들에 신용거래 배정 한도 축소와 미수금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대출을 규제해 투자자 수요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상품 유통을 담당하는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며 고변동성 상품의 판을 열어준 것은 당국인데, 리스크가 발생하자 유통 주체와 투자자에게만 사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따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 투자형 ETF 상품'들이 출시되는 것과 이에 따라 상품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경고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완충 장치 없이 상품을 선보이고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개입을 계속하면 오히려 시장 왜곡만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급격하게 비대해진 ETF 시장의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질적 성장을 위한 상품 상장 심사 제도 강화와 비인기 유사 상품(좀비 ETF) 퇴출 제도 강화를 강조한다. 상장된 상품 수 대비 호가 관리와 투자 자산 리밸런싱을 담당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안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100조원 수준에 불과하던 ETF 순자산 규모는 코스피 급등세에 힘입어 불과 1년 6개월여 만인 지난 5월 말 500조원까지 성장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만 전체 순자산(NAV)이 297조원에서 361조원으로 60조원으로 급성장하며 공모펀드 수탁고(705조5000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어났다.

    다만, 일부 운용사는 인위적인 상품 출시 규제 강화나 강제 퇴출은 시장 자율 경쟁 논리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유사 상품을 판단하는 기준도 정하기 어려울뿐더러, 매력적인 섹터가 한정된 국내 증시 특성상 유사 상품 출현은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이에 단순히 공급을 막거나 푸는 이분법적 접근을 벗어난 대안도 제시됐다. 기존 ETF 상품의 공급 효율화를 통해 거래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먼저, ETF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액면분할 및 병합 제도 도입 필요성이 부각된다. 

    액면분할은 상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때 시장조성자인 증권사 LP(유동성 공급자)들의 '헤지 거래' 비용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한다.

    반대로 변동성이 극심한 레버리지 상품 등은 가격이 과도하게 낮아지는 시점에 '병합'을 허용해 상품의 신뢰도를 지키고 거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합성형 ETF의 현물형 전환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성형 ETF는 기초자산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파생 계약에 의존하는 상품이다. 과거 제도적 제약으로 출시된 합성형 상품을 '현물형'으로 전환하면 구조적 스왑 비용과 거래 신용 위험을 줄여 상품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관측된다.

    이와 함께 ETF 지수변경 유연화 방안이 해법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현재 한국거래소의 지수변경 심사가 과도하게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적절한 제한은 둬야겠지만 유연한 지수변경을 통한 상품 리뉴얼을 허용해주면, ETF 중복도를 낮추거나 상품 차별화를 통해 특정 종목 투자 쏠림 현상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공급 부문 뿐만 아니라 '유통 인프라' 개선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LP의 위험 통제와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호가 제출 의무가 없는 시간대에도 일부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는 LP의 리스크를 보장해 줄 제도적 안전장치의 마련을 강조한다.

    운용업계에서는 LP 참여 주체 확대를 제안한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LP 역할을 하는 기관을 증권사에만 한정하면 호가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LP를 무작정 늘릴 경우 업무 숙련도 차이로 오히려 예기치 못한 금융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은 증시 외형 성장만을 쫓아오다 터진 '정책적 오판'이자 '구조적 모순'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이에 시장 효용성과 ETF 공급·유통 구조에 대한 제도적 규제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지금이라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 출시로 심화된 측면이 있지만 수요 흐름상 ETF 시장 규모의 폭증을 막거나 제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LP와 운용 인력 충원과 상품 규제 개선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ETF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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