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제재 중심에서 벗어나 사전예방을 강조한 '컨설팅' 위주의 검사를 진행하면서 금융권은 과거보다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조직 내 성과로 인정받기 어렵고, 금융권의 관행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와 은행권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 성격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수시검사를 늘려 연간 약 700회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춘 컨설팅 검사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 검사는 앞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조건부로 유보하면서 제시한 과제이기도 하다. 기존 제재 위주의 검사 관행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라는 취지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적발과 제재 중심의 검사에서 벗어나 금융회사의 관행 개선을 유도하는 검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검사 기조 변화로 과거 대비 긴장감은 덜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전 원장 시절에는 검사 결과가 중간 브리핑 형태로 공개되거나 제재 가능성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아, 금융사들이 검사 착수 단계부터 로펌이나 컨설팅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최근 컨설팅 검사는 기본적으로 제재를 목적으로 한 검사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체계를 사전에 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유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외부 자문을 대규모로 활용하기보다 일단 자체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검사는 줄어든 분위기"라며 "컨설팅 검사는 금융회사들이 자체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 로펌 입장에서는 관련 수요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막상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전예방적 검사에 대한 '무용론'이 흘러나온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이를 수습하는 업무에 대한 강도와 성과는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는 반면, 잠재 위험을 미리 줄여 사고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현실화되지 않도록 한 경우에는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선제적 개선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영업 관행을 먼저 고치면 과거 관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경쟁사가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영업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하느라 판매 속도를 늦추면 단기 실적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감독원에 요구되는 역할은 여전히 사고가 터졌을 때 제때 수습하는 것에 가깝다"며 "어떤 금융사가 잘못을 했으니 가서 제재해 달라는 요구에 대응하면 성과가 보이지만, 미리 사전예방을 강조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금감원 차원에서도 과거부터 지적·적발 중심의 검사가 아니라 컨설팅 위주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실제 검사 관행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사역 입장에서도 컨설팅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는데 제재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반대로 검사 과정에서 무언가를 적발해야 한다는 실질적 '성과 압박'도 남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적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후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컨설팅 검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담당 검사역들이 적발이나 제재를 하지 않아도 역량을 인정받고, 사후 책임 추궁 부담도 덜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내부에서 이 같은 무용론이 나오는 만큼,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컨설팅 검사라고 해도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위법·위규 사항이 발견될 수 있고, 금감원이 이를 제재 목적의 수시검사로 전환하거나 검사 성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법규 위반이 발견될 경우 위반에 따른 제재 조항이 있을 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지만, 방치했을 때 법규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건이나 법규에 정한 바는 없지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현장에서 의견을 내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조치를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금감원의 검사나 조사 횟수 자체도 절대적으로 적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무산 관련 검사와 금융지주 사회공헌 내역 현장조사도 예정에 없던 수시 점검 성격으로 진행됐다. 아울러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연체채권 채무자 보호 실태 등 소비자보호 관련 수시검사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컨설팅 검사 확대가 정착하려면 검사 방식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제재 감경이나 면책 등 명확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금감원 내부에서도 사전예방형 감독을 성과로 인정하는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컨설팅 검사가 본래 취지대로 흘러가려면 법규 위반 여부는 각 회사의 자체 점검에 맡기고, 금감원은 경영 방침이나 방향성 등에 대해 소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세부 데이터를 보면서 행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다 보면 불가피하게 컨설팅보다는 제재나 적발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입력 2026.06.29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6월 25일 07:00 게재
강경 검사서 컨설팅 검사로…금융권은 일단 안도
검사 횟수는 여전…수시·소비자보호 점검 지속
금감원 내부선 "예방 검사는 성과 안 보인다"
제재 전환 우려도…컨설팅 검사 정착 과제 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