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아시아나 통합 준비에 여념없는데…호반 경영권 위협은 현재진행형
입력 2026.07.16 07:00

통합 대한항공 출범까지 5개월 남짓

사업 합병 마무리 단계, 지분 정리 막바지 검토

합병에 가려진 진짜 위협은 호반그룹

실익 없는 2대주주 호반, 지분율 꾸준히 상승

통합 이후 한 번의 충돌은 불가피 할 듯

  •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 완료를 앞두고 한진그룹은 여전히 분주하다. 수년에 걸친 사업적 통합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흩어져 있는 각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는건 숙제로 남아있다. 순탄하지 만은 않았던 통합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과 달리, 앞으로 남은 작업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남아있는 변수는 딱 하나. 호반건설을 중심으로 한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지분율을 꾸준히 높이며 조원태 회장의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단 점이다. 현재는 호반그룹이 장내 주식 매집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어떤 방식으로 경영권을 위협할진 예단하기 어렵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호반그룹 계열사들의 한진칼 지분율은 20.15%이다. 기존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호반건설(11.5%), 호반호텔앤리조트(8.34%), 호반(0.15%) 등이 지분율을 조금씩 끌어올렸고, 지난 10일 호반산업(0.17%)이 추가로 지분 매입을 공시하며,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20.56%)에 바짝 다가왔다.

    호반그룹은 여전히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조원태 회장의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을 정도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항공·여행·물류산업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과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무적 단순투자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2대주주로 남아있는 호반그룹이 한진칼을 단순한 투자처로서 선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시세차익을 노리기엔 너무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단순 매도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힘들고, 실익 없는 2대주주 지분의 새주인을 찾기는 더 어렵다. 최근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호반산업의 평균 매입단가(약 13만원대)만 보더라도 현재 주가(약 11만원) 수준을 훌쩍 넘기 때문에 단순한 차익거래 목적도 아니다. 배당 등의 실질 수익을 목표로 하기엔 한진칼은 매력적이지 않다.

    사실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엔 현재의 시점이 최적이란 시각도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며 항공업의 사업 전망은 낙관적 보긴 어려운 시점에서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한진칼의 기업가치는 횡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역사상 가장 큰 이벤트인 초대형 국적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한 통합 과정을 거치며 메가 캐리어의 탄생 자체는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호재로 받아 들여지진 않는 형국이다.

    기업가치, 즉 주가는 눌려 있고 통합을 위한 제반 작업은 현재의 오너와 경영진의 몫으로 남아있는 상황. 현금 여력이 충분한 2대주주 호반그룹 입장에선 서둘러 경영권 획득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이란 기업 자체만 두고 본다면 투자 매력도가 그리 큰 회사로 보긴 어렵다"며 "호반그룹이 공개적으로 지분을 매집하고 있지만 주가 자체의 변동성도 없을 정도로 이미 분쟁 상황이 상수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지분율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한 승계 작업은 진행중이다. 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 등 큰 축으로 구분돼 있지만, 국적항공사의 경영권을 확보해 사세를 확장한다면 승계 작업이 보다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과 호반그룹의 지분율 격차가 미미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만 조 회장의 명운을 쥐고 있던 산업은행과 조 회장의 확실한 우군으로 평가 받는 델타항공이 주요 주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호반그룹의 경영권 확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말 통합 FSC 항공사의 출범 이후 산업은행이 지분을 계속 보유할 명분은 옅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보유 기한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주주명부에서 빠져야 할 시점이 분명히 다가온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은행은 두 항공사의 합병 이후 한진칼 지분 매각을 검토하겠단 입장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통합 대한항공의 출범 이후 내년부턴 LCC 통합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당장 FSC 통합 이후 산은이 지분 처리 방안을 내놓을지, 항공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마무리 된 이후에 주요주주 지위를 내려놓을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한 번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총력을 다해 방어해야 하는 조원태 회장과 정부와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어 새로운 대주주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김상열 회장의 셈법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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