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구주 ADR 전환 때도 증권신고서 제출?…국내법 해석 둔 줄다리기
입력 2026.07.20 07:00

SK하이닉스 원주-ADR 괴리 속 펀저빌리티 관심↑

'ADR→원주'보다 어렵고 복잡한 원주→ADR 전환

"주식, DR 별개 증권"…구주 전환 신고 의무 쟁점

7일 공시 시차 발생시 차익거래·가격 연동도 제약

  •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와 국내 보통주 간 상호전환(펀저빌리티)을 둘러싼 법률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국내 증시에서 유통되던 보통주를 기초로 ADR을 추가 발행할 때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원주와 ADR 사이 가격 괴리를 해소할 핵심 장치인 만큼 당국과 발행사 측이 해석을 조율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향후 펀저빌리티의 속도나 활용 범위가 뚜렷하게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 ADR은 전일보다 1.13% 상승한 154.03달러(약 23만원)에 마감했다. 16일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 주가는 전일보다 11.53% 내린 184만2000원에 마감했다. 가격 괴리가 이어지면서 펀저빌리티에 대한 관심 역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펀저빌리티는 미국 ADR과 국내 보통주를 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자들은 ADR과 원주 간 가격 차이가 발생할 경우 두 증권을 서로 전환해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투자업계에선 펀저빌리티가 원활하게 작동할수록 미국과 한국 시장의 가격 괴리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원주와 ADR의 펀저빌리티는 이번에 발행한 신주가 상장하는 오는 29일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양방향 펀저빌리티를 얼마나 자유롭게 허용할지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단계로 파악된다.

  • 발행사 측이 금융당국과 세부 운영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이번 공모를 통해 발행한 신주에 대응하는 ADR이 아니라, 이미 국내 증시에서 유통되고 있는 기존 보통주(구주)를 미국 ADR로 추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증권신고 절차가 필요한지 여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나스닥에서 ADR을 원주로 전환하는 건 한도나 추가적인 규제 문제가 없어서 자유로운데, 원주를 ADR로 전환할 때만 허들이 높은 구조"라며 "펀저빌리티가 제대로 도입되지 않으면 국내 투자자 불만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예탁·전환 절차처럼 보인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보통주를 예탁기관에 맡기면 ADR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ADR을 반납하면 보통주로 돌려받는 구조다. 펀저빌리티에 필요한 결제 인프라만 갖춰지면 정해진 발행 한도 안에서 원주와 ADR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국내법 해석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체계가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주식(지분증권)과 증권예탁증권(DR)을 동일한 증권의 다른 거래 형태가 아니라 각기 독립된 증권 유형으로 분류한다. SK하이닉스 ADR을 '원주가 나스닥에서 거래될 수 있게' 포장지만 변경한 동일한 증권으로 보기보다 '새롭게 발행한' 별개 증권으로 취급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구주를 맡기고 ADR을 추가 발행하는 행위를 단순한 예탁·전환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증권의 발행으로 봐 별도의 공시·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선 신주를 기초로 DR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간주모집 규정을 적용해 증권신고 의무를 두지만, 이미 발행돼 유통 중인 구주를 활용하는 경우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은 없다"라며 "그러나 기존에 구주를 활용한 DR에 대해서도 증권신고 의무를 적용한 사례가 있어서 규정 적용 범위를 두고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양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양은 2023년말 이후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기반으로 ADR 발행을 추진했다. SK하이닉스처럼 신주를 발행하거나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금양은 구주를 활용한 DR 발행이 자본시장법 제9조에서 규정한 ‘모집 또는 매출’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증권신고서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아 공시를 냈다.

    금융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원주 자체를 새로 모집하거나 매출하는 것은 아니라도, 해당 원주를 기초자산으로 새로운 증권인 DR이 발행되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금양은 감독기관 검토 결과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담아 공시를 정정했다. 다만 이후 ADR 발행 계획이 무산되면서 실제 증권신고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이 같은 해석 차이는 자본시장법이 주식과 DR을 각각 독립된 증권으로 분류하고 있어 발생한다. 금융권에서는 현행법 체계가 신주를 기초로 한 DR 발행에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적용되지만, 이미 유통되고 있는 구주를 DR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중복 규제 논란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원주 발행 단계에서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투자자 보호 절차를 이행했음에도 이를 기초로 ADR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증권신고 의무를 지게 되는 구조여서다.

    SK하이닉스 구주를 ADR로 전환할 때마다 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는 해석이 유지될 경우 펀저빌리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증권신고서 제출 후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7영업일이 소요되는 만큼 원주와 ADR 간 신속한 상호전환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차익거래에 나서는 과정에도 사실상 시간적 제약이 따르게 된다. 펀저빌리티의 핵심인 양 시장 간 가격 연동 기능 역시 제한될 수 있다.

    이번 SK하이닉스 사례를 계기로 관련 규정의 해석이 바뀌거나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ADR의 성공적인 나스닥 데뷔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된 데다, 선진시장 수준의 가격 연동과 차익거래 인프라를 마련해달라는 기관 요구도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금융권 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펀저빌리티와 같은 선진 자본시장 인프라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기존 해석의 취지가 투자자 보호에 있는 만큼, 국내 상장사처럼 공시 의무를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 예외를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다. 원주 발행 단계에서 이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를 이행한 기업에 한해서는 구주 기반 DR 발행 시 중복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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