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인데 자본’…중앙그룹 사태로 다시 주목받는 영구채
입력 2026.07.20 07:00

계열사 간 영구채 기반 증권 상호 인수 정황에

자본확충 실질성·투자자 대상 공시 적정성 쟁점

회사채 투자자 형사 대응 검토…검사 확대 요구

  •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앙그룹 사태를 계기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인 영구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영구채 기반 유동화증권 등을 서로 인수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자본확충의 실질성과 투자자 대상 공시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계열사 간 거래가 외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시장이 오인할 소지가 있었는지와 관련 사실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공시됐는지가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회사채 투자자들은 필요할 경우 형사고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그룹 채권 투자자 공동변호인단은 채권 발행 절차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며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퇴임 이후 변호사 자격으로 투자자 측 변호를 맡고 있다. 

    현재 중앙그룹 계열사 회사채 투자자들은 지난달 JTBC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이후 투자 원금 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JTBC와 중앙홀딩스 등 중앙그룹 계열사 5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데 이어, 중앙일보도 기업어음(CP) 최종 부도 이후 신청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개시되면서 채권자들의 자금이 사실상 묶였다. 개인투자자와 금융회사들은 향후 기업회생절차와 워크아웃 결과에 따라 투자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 등이 발행한 영구채 기반 유동화증권과 전자단기사채 등 약 3300억원 규모를 서로 인수·보유한 정황이 알려졌다.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특성상 그룹 외부 자금 유입 없이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중앙그룹은 시장 수요 위축으로 모회사가 해당 물량을 일시적으로 인수한 뒤 투자 수요가 회복되면 재판매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영구채는 발행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일반 회사채보다 조달 금리가 높고 대부분 발행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부여된다. 주로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대안적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며, 코로나19 당시 CJ CGV도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영구채는 통상 재무 부담이 큰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수적인 기관과 일반 투자자의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계열사가 일부 물량을 인수하기도 하고, 개인투자자나 위험 선호도가 높은 일부 운용사가 투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간 채권 인수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 시장에서는 일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계열사가 대규모 물량을 사실상 떠안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핵심이 계열사 간 영구채 인수 자체의 적법성보다 투자자에게 관련 사실이 적절히 공시됐는지 여부라고 보고 있다. 계열사 간 채권 거래 자체는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가 아니지만, 대규모 계열사 간 거래 구조가 외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시장에 오인될 소지가 있었는지, 관련 공시가 적정했는지가 향후 금융당국 조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특성상 발행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계열사가 상당 부분을 인수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자본확충의 실질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구채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계열사가 일부 물량을 인수하거나 개인투자자에게도 일부 판매된다"며 "계열사가 인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물량을 계열사가 떠안는 구조인 만큼 사실상 그룹 내부에서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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