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 '유동화 작업'·'메자닌층 규제' 다시 수면 위
입력 2026.07.21 07:00

화재보험 3800억·영업휴지보험 가입

정부 LOI 전수조사로 멈춘 유동화 작업에

국토부 메자닌 규제 결론까지 변수로

실사·가치평가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쿠팡 물류시설의 안전성과 운영 지속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자산 자체의 손실은 보험으로 상당 부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단됐던 쿠팡 물류센터 유동화 작업과 메자닌층(적층식 랙) 규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는 KKR이 보유하다 지난 2024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약 5800억원에 인수한 대형 물류자산이다. 쿠팡이 장기 임차해 운영 중이며, 자산 관리 의무는 임차인인 쿠팡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자산에 대해 국내 7개 보험사가 참여하는 재물보험과 영업휴지(BI)보험에 가입해 둔 상태다. 재물보험 가입금액만 약 3800억원 규모이며, 영업휴지보험도 별도로 가입돼 있다. 이지스운용은 화재 발생 직후 출자자(LP)와 대주단에 사고 내용을 공유했으며 현재로선 보험을 통해 자산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험으로 건물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부동산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사고가 향후 쿠팡 물류센터 유동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앞서 인천 메가FC(오류동)와 북천안FC, 남대전FC 등을 기초자산으로 리츠 형태의 유동화를 추진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 의향을 확보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기대수익률이 투자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데다 정부의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쿠팡 관련 금융회사들의 투자의향서(LOI) 제출 현황을 전수조사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쿠팡을 둘러싼 정부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거래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투자자 대상 마케팅 과정에서 쿠팡이 물류센터 내부 사진 촬영을 제한했던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당시에도 적층식 랙 구조와 메자닌층의 적법성 문제가 이른바 '그레이존'으로 인식됐지만, 구체적인 사고 사례가 없었던 만큼 자산가치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자산은 당시 유동화 대상에 포함됐던 인천 메가FC나 북천안FC, 남대전FC와는 다른 물류센터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쿠팡이 유사한 방식의 유동화를 다시 추진할 경우 이번 화재가 실사와 가치평가의 기준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6층은 메자닌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소방당국의 합동감식과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쿠팡 노조 측은 메자닌 구조가 화재 확산과 초기 진화를 어렵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당국 역시 3단 랙 구조와 다량의 가연성 적재물이 장시간 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메자닌층은 층고가 높은 물류센터 내부에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작업공간과 적재공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를 임시 적재시설로 볼지 건축물의 일부로 볼지를 두고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오랜 기간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부터 약 3개월 동안 전국 쿠팡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메자닌층 설치와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했지만 아직 최종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적층식 랙을 위법 건축물로 보고 시정명령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국토부 판단을 기다리며 제재를 보류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메자닌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존 시설에도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거나 추가 보강을 요구할 경우 쿠팡은 시설 개선 비용과 운영 차질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화재가 보험보다 계약 구조의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자산은 화재로 물류센터 운영이 중단되더라도 쿠팡이 임대료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즉 건물은 보험으로 복구할 수 있어도 운영이 중단되는 기간의 임대수익은 그대로 비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유동화 재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실사 기준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쿠팡의 신용도와 장기 임대차계약이 핵심 평가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메자닌층 적법성, 화재안전 설비, 보험 가입 범위, 불가항력(Force Majeure) 발생 시 임대료 지급 구조까지 함께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화재로 사용이 불가능한 기간 쿠팡의 임대료 지급 의무가 면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량 임차인의 신용보다 시설 가동 여부가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셈"이라며 "향후 쿠팡 물류센터 유동화가 재개되면 가치평가와 조달 조건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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