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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바로 부동산과 국장(국내주식) 이야기다. 마치 정권 교체를 기다렸단 듯이 치솟기 시작한 부동산이야 강남·서초·송파 여기서 더 확대해도 용산·마포·성동구 집주인들의 이야기지만, 단 돈 만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상승을 체감하는 이들은 상당히 많다. 새정부 출범 이후 벌써 3주 넘게 허니문랠리가 이어지면서 오랜만에 개인투자자들은 설레는 모습이다.
물론 국제 정세는 변수가 많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충돌하며 확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해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선 어김없이 코스피가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기나긴 전쟁의 학습효과(?)인 탓인지, 최근의 군사적 충돌이 우리나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 외로 미미했다. 여전히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증시의 바뀐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으며 코스피 3000시대, 그 이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의 주식시장 상승세는 정권 교체, 정책 테마주에 편승한 경향이 강하다. 만년 저평가 주식으로 치부되던 지주사들은 전례없이 가파른 상승기에 진입했고,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탄 방위산업 기업과 조선기업들은 대통령이 수출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단 의지를 나타내자 날개를 달았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원전 사업뿐 아니라 소형원자로(SMR) 사업 근처에 있는 국내 기업들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코인 시장이 들썩이자 관련주들이 주목받았고, 부동산 시장의 정책은 아직 구체화 한 게 없지만 새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에 기대를 건 투자자들이 건설주에 몰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모처럼만의 불장(Bull-Market)을 가장 반길 것으로 예상됐던 증권사, 운용사 등에서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표정은 정작 밝지만은 않다.
펀드매니저들은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선인 벤치마크(BM)를 상회하는 수익률를 만들어 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수익을 많이 내더라도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저조한 성과를 낸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벤치마크는 코스피 지수 또는 코스피200 지수이다. 제각각인 주식형 펀드들의 종류와 성격을 아주 단순화하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운용으로 시장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익률을 타깃으로 한 액티브펀드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펀드마다 리스크와 관리보수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본인의 성향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다.
최근엔 패시브펀드, 액티브펀드를 가리지 않고 모두 BM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 상승률이 역대급으로 가파른 상황이기 때문에 실시간 운용으로 이를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테마주 위주의 순환매 장세가 지속하면서 언제 어떤 종목이 튀어오를지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 방산주, 코인주 등 코스피를 주도하는 몇몇 종목을 펀드에 담고 있지 않다면, 코스피 지수를 따라잡기 힘든게 현실이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5월23일~6월20일)간 코스피는 16.51%, 코스피200은 17.55% 올랐다. IT서비스·기계장비·증권 지수의 지난 한 달 상승률은 30%에 육박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이에 한참 못미쳤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약 4000개 가운데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상승률(16.5%)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5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평균 수익률은 약 6.7% 남짓이다. 물론 한 달 기준 평균 수익률로는 매우 양호한 수치이지만, 결국엔 시장을 이기는 플레이를 못한 펀드매니저들이 대부분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수영장에 물이 빠져야 누가 발가벗은 채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를 반대로 하면 "수영장에 물이 가득 차면 누가 수영을 가장 잘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전례 없이 뜨거운 여름 불장. 펀드매니저들의 긴장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취재노트
한달새 코스피 16%, 코스피200 17% 상승
국내 주식형 펀드 4000개중 약 50개만 수익률 상회
펀드매니저들 달아오른 국장에 BM 따라잡기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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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23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