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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시 한번 고강도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 전역을 규제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자금 조달의 문턱이 높아졌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주요 먹거리로 삼아온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인 가운데 새 먹거리 찾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형 건설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위원회는 15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출수요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대출을 규제한 6·27 대책에 이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9·7 대책을 내놓은 지 약 40일 만이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세번째다.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현재 강남·서초·송파·용산에서 서울 25개구 전역과 과천·광명 등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확대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확대한다. 이들 지역 내 아파트,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대상이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강화된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건설주는 ▲현대건설 7% ▲삼성물산 5% 등 일제히 상승했다. 이번 대책이 대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추후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호를 공급하기 위해 9·7 대책(주택공급 확대방안)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급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과 별개로 건설사의 고민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건설사의 핵심 수익원인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이번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에서 신규 개발이 가능한 토지가 적어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필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아파트 중 정비사업 비중이 78.5%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강남 3구 등 서울 알짜 사업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LS증권은 "현재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 수주잔고는 70% 이상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며 "신규 택지가 없어도 향후 2~3년 이상 분양 매출이 가시화할 수 있는 구조며, 시장 회복 전환기에는 빠르게 분양 공급을 대응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번 규제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도 LTV 비율이 40%로 일괄 적용돼, 자금 조달이 한층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이미 규제 지역으로 묶인 지역은 상대적으로 체감이 어려울 수 있지만, 기존 비규제 지역까지 감안하면 혼란이 예상된다. 결국 재개발·재건축 사업 성패가 확실한 서울 알짜 지역 위주로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비 대출 한도는 지난 6·27 대책에서 정한 6억원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이번에는 대출한도 축소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6·27 대책 이후 6억원 한도로는 ▲실거주자의 경우 이주비만으로는 인근 지역 전세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전세 세입자를 둔 조합원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한 뒤 이주비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제한된 물량 속에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된 만큼, 앞으로 추가 사업 추진이 가능한 단지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정부가 공급 확대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수익성 확보에 관한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9·7 대책의 핵심은 하반기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있다. 앞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를 제공하고 건설사는 도급 공사를 맡는 방식만 가능하다. LH 도급형 사업은 보통 2~3%대 수익률에 그쳐 건설사의 참여 유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새 사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대수선형 리모델링 사업인 '넥스트 리모델링'을 공개했다. 현대건설 또한 지난 6월 대수선형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대수선형 리모델링은 기존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아파트의 내·외관을 새로 꾸미는 방식이다. 기존 증축형 리모델링과 달리 세대수가 늘어나지는 않지만 짧은 기간 내 기존 아파트의 가치를 높일 방안으로 꼽힌다. 포스코이앤씨 등은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형 건설사들은 잇따른 부동산 대책 속에서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두드러지며 지역 기반 건설사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건설사는 자체 보유 현금(에쿼티)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단순 도급, 공공발주 수주 등 외에 마땅한 일감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대책의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일부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강남 3구 도시정비 사업장의 분양을 앞당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지역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 정부
LTV 70→40% 강화 등 고강도 대출 규제
대형사 핵심 수익원 재개발·재건축 영향권
살길 모색하는 대형사와 달리 막막한 중소형사
LTV 70→40% 강화 등 고강도 대출 규제
대형사 핵심 수익원 재개발·재건축 영향권
살길 모색하는 대형사와 달리 막막한 중소형사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0월 15일 13: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