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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명 노란봉투법 시행이 벌써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강화하는 게 주요 골자인 만큼 재계가 강한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투자업계에선 앞으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완성차·석유화학·정유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내놓은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노동부 해석기준의 주요 대목은 ▲원청이 하청 사업주를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사용자에 해당하고 ▲경영상 결정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벌써 각계에서 잡음이 불거진다. 노동부는 오는 15일까지 가계 의견을 수렴하고 추후 행정예고로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법 자체는 3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일찌감치 전운이 감돈다. 지난 12일만 해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에 성과급을 올려달라 요구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현대차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지만 "진짜 사장은 현대차"라 주장하면서 사실상 성과급 교섭에 나선 것이다. 직전에 한화오션이 사내 협력사 직원 성과급 비율을 원청과 동일하게 맞추겠다고 발표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화오션 발표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바람직한 자세"라고 거론하기도 했다.
법 시행도 전부터 개정 내용에 부합하는 판시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이 백화점·면세점 입점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을 두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당장 주목을 받는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법이 시행되면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산업일수록 기존 노사 역학관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건설이나 조선업도 있지만 완성차 생태계가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다. 맏형 격인 현대차는 구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협력사 수만 8500개에 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월 이후로 원청-하청 통째로 임금교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처럼 후방 고용 규모가 큰 제조 대기업들은 인건비 인상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관련해서 4대 그룹사가 전면에 나서 정부로부터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된다"라고 전했다.
회사가 상대해야 하는 근로자 범위가 하청 전반으로 넓어지는 문제도 작지 않지만 쟁의 대상이 광범위해지는 게 더 큰 리스크가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발표된 노동부 지침 자체는 해외투자나 인수합병(M&A), 사업 양도·재편 등 경영상 결정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 결과로 근로조건이 조정될 경우에만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데, 그 범위를 명확히 나눌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실질적으로는 구조조정이나 전환배치 등이 예상되는 경영상 결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노조가 선제적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까지 열리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차처럼 해외 생산기지 확장과 전동·자동화 전환이 숙명인 기업의 경우 경영 판단 길목마다 갈등비용이 곱절로 발생할 수 있다. 장기 목표인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나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등 사업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력 대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하청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할수록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개연도 커진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가 피지컬(제조) AI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데,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정도가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 방향이 잡혀 있는 것"이라며 "노동법 개정 이전에도 해외 투자나 생산라인 운용에 노조가 실력을 행사해왔는데 법이 시행되고 나면 강도가 더 세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치러아 하는 정유·석화 기업들의 불안감도 상당하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 자체가 납사분해설비(NCC) 생산능력 370만톤 감축인데, 해고 없는 감축이 불가능한 탓이다.
현재 잠정적으로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 NCC 대부분은 10개 정유·석화 기업이 오래 굴려온 노후 설비들이다. 구형 NCC의 경우 생산능력 대비 투입 인력 규모가 크기도 하고, 범용 외 다운스트림이나 스페셜티 사업 연계가 떨어져 전환 배치도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구조조정 최일선으로 분류되는 여수 산업단지에선 작년부터 대량실직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이 예고되고 있다. 인력을 그대로 두고 설비만 줄이는 등의 절충안도 거론되지만 구조조정 효과 희석이 불가피하다.
법 시행도 전부터 원청에 성과급 협상 요구하는 하청노조
인건비 인상 압박 커질 텐데 쟁의 대상도 광범위해질 전망
완성차 생태계 맏형 현대차, 인력대체가 장기 먹거리인데
정부에 구조조정 결과 내놔야 하는 정유·석화 업체도 걱정
인건비 인상 압박 커질 텐데 쟁의 대상도 광범위해질 전망
완성차 생태계 맏형 현대차, 인력대체가 장기 먹거리인데
정부에 구조조정 결과 내놔야 하는 정유·석화 업체도 걱정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