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선대' 압박에 탱커 쇼티지…中 넘어 韓에도 발주 몰린다
입력 2026.03.03 07:00

그림자 선대 제재에 정상 선박 수요 확대

장기적으론 노후선 교체 사이클 기대감도

중국 도크 차자…추가 발주 韓 조선소로

중형사까지 번진 수혜…대한조선도 주목

  • (그래픽=윤수민 기자)

    탱커 시장이 다시 활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단순 운임 반등이 아닌 선복 자체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제재 강화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 등 구조적 변화가 겹치며 발주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탱커 업황은 호조세다. 2026년 2월 기준 VLCC 운임은 하루 12만달러, 수에즈막스는 9만3000달러 수준이다. 2025년 초 각각 3만5000달러, 3만200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VLCC 스팟 운임도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영업 폐탱커선 '그림자 함대' 억류에 나선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자 선대는 보험·금융 접근이 제한된 노후 선박들로,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 동원돼 왔다. 제재 강도가 높아지며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워지고 있단 분석이다. 

    사실상 퇴출 압력을 받는 폐탱커선을 신조 탱커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전 세계 원유 운반선 시장에서 그림자 선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약 20%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해당 선복이 제재로 묶일 경우 공급 측면에서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체 원유 운반선 선복이 3~4%만 줄어도 유가와 운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인도 등 주요 수입국이 러시아산 원유 비중을 조정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정상 선박'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단 분석이다.

    공급은 빠듯하다. 환경 규제 강화 흐름 속 선주들은 탱커 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수년간 발주를 미뤄왔다. 발주 공백이 이어지며 노후선은 늘었고, 가용 선복은 줄었다. 운임이 급등하고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추월하는 것 또한 이런 구조적 결과란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체 사이클에 대한 기대도 거론된다. 글로벌 탱커 선대 가운데 선령 20년 이상 노후선이 약 20%, 15년 이상은 45% 수준으로 알려진다. 반면 탱커 신조 잔고는 아직 높지 않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탱커선의 교체 발주 사이클이 본격화하지 않은 단계라고 보고 있다. 언제든 교체발주 수요 또한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탱커는 그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의 주력 영역이었다. 중국 조선소들이 대규모 수주를 받으며 도크를 채우자 추가적인 물량이 한국 조선소들에 향하고 있단 분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은 4년 정도의 슬롯을 다 채운 상태"라며 "지금 발주하면 2030년에나 인도받을 수 있는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물량이 한국 조선소들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했다. 

    탱커 시황 강세는 대형사를 넘어 중형 조선사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은 연초부터 수주를 이어가며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특히 대한조선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한조선은 수에즈막스급 탱커에 특화돼 있다. 수에즈막스는 과거 그림자 선대가 다수 운용하던 선종으로, 제재 강화 이후 '정상 선박' 수요가 확대되며 반사 수혜가 기대되는 영역으로 꼽힌다. 대한조선은 올해 들어서만 수에즈막스 8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발주 물량의 상당 부분을 확보했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27%를 웃돌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한조선은 직영 인력이 거의 없고 외주 중심 구조라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탱커 사이클이 본격화되는 국면인 만큼 실적 개선 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가 역시 이 같은 변화를 선반영하는 흐름이다. 상장 이후 공모가 부근까지 밀렸던 대한조선 주가는 최근 9만원대 중반까지 올라 52주 최고가에 근접했다. 대한조선을 두고 '가장 싼 조선주'라는 평가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고선가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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