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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가 터지자, 동일한 의무를 지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민간위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민간위원 다수가 로펌 소속 변호사인 만큼, 소속 로펌이 과거 수임한 사건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발단은 공정위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오규성 공정위 비상임위원이 돌연 사임했는데, 과거 김앤장 법률사무소 재직 시절 담당했던 특정 기업의 담합 사건이 공정위 심사 안건으로 올라왔음에도 사전에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아 신고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신고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임용 전 2년 이내에 재직했던 회사와 관련된 업무를 맡을 경우 사전에 이를 신고하고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직무 배제 등의 조치 뿐만 아니라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 사건 심의는 별도의 자문 기구가 아닌 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뤄진다. 공정위원장을 포함해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이 사건을 심의·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 중 외부 전문가인 비상임위원은 표결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데, 현재는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공정위발 사건이 터지자 동일한 의무를 지닌 금감원 제재심 위원들도 안건 심의 전 사적 이해관계 여부를 '현미경 검증'하고 있다. 민간위원들은 심의 안건에 오른 금융사나 기업과 과거 2년 내 자문·수임 등의 관계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이해관계가 확인되면 '회피 신청'을 통해 해당 안건 심의에서 빠져야 한다.
이 때문에 로펌 소속 제재심 위원들은 제재심에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소속 로펌이 해당 기업 사건에 관여한 이력이 있는지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 민간 제재심 위원 8명 중 5명이 변호사로 구성돼 법조인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이들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재심 특성상 법률 전문가들이 필수적이지만, 최근 이해관계 문제가 부각되면서 로펌이 맡았던 미세한 사건 이력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해충돌 규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법리 해석 '스터디'도 한창이다. 위원 취임 시점 기준으로 과거 2년을 보는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등 그간 실무적으로 모호했던 기준들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최근 제재심 인선은 상대적으로 이해관계 충돌 리스크가 낮은 중소형 로펌이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형 로펌은 사실상 주요 금융사들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어, 제재심 위원으로 위촉되더라도 '회피'해야 할 안건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심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잦아 위원으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제재심 민간위원 구성 다양화 방안에 속도가 붙을지도 주목된다. 앞서 금감원은 민간위원 정원을 20명으로 확대하며 IT 및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을 대폭 수혈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법률전문가 편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이같은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해 왔던 제재심 민간위원에 IT 및 소비자보호 부문 등 외부 전문가를 충원하는 방안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과거 제재심 민간위원 정원을 20명으로 늘리며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을 위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법률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규정에 따라 제재심 위원 중 절반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추천을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당초 금감원장이 강조했던 IT 및 소비자 보호 전문가 등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현재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위촉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며, 절차대로 진행하다 보니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라며 "현재 계속해서 작업 중에 있으며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력 2026.03.1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13일 07:00 게재
공정위 이해충돌 사임 파장…금감원 민간위원들도 '긴장'
로펌 사건까지 따져야…이해충돌 법리 해석 '스터디'도
제재심 위원 중 IT·소비자 전문가 확대 추진 속도 붙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