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500원' 속 노심초사 은행들, '생산적 금융' 여력도 차질 우려
입력 2026.04.03 07:00

환율 상승에 커진 건전성 부담…자본비율 하락 압력

규제 유연화로 대출 여력 유지…생산적 금융 기조 지속

4월 리스크 점검 본격화…스트레스 대응 능력 검증

'조건부 자율' 시험대…은행별 자본 규제 차별화 전망

  • 원달러 환율이 1520원을 돌파하며 건전성 지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금융당국이 실물 경제 자금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해 '규제 유연성'을 발휘하며 방어막을 쳤다. 다만 당국은 4월부터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을 면밀히 검증해, 리스크 관리 성적에 따라 '스트레스 완충자본' 적립 수준을 차등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대외 변수에는 방패를 주되 금융사 자체적인 관리 실력은 엄중히 따져 자본 확충 부담에 차이를 두겠다는 '조건부 자율'의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에 커진 자본 부담…완화 속 리스크 점검 병행

    금융당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생산적 금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자본 규제 유연화 기조를 이어왔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시행 시기를 미룬 데 이어, 최근에는 과거 DLF·라임 사태 등 대규모 손실 사건을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해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은행권의 자본 관리 여력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은 RWA를 부풀려 은행의 CET1 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아울러 조달 금리 상승과 기업 부실 위험까지 가중될 수 있다. 만약 은행들이 지표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 문턱을 높인다면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당국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장부상의 손실을 일부 가려주는 '규제 방패'를 가동하며 은행들의 대출 여력 사수에 나섰다. 해외법인 자산 등을 리스크 계산에서 제외해 주는 기술적 조치를 통해, 환율이 올라도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해 준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자본정책 방향성은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 때문에 생산적 금융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맞춰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유연한 스탠스 이면에는 '사후 검증' 또한 예고돼 있다. 금감원은 오는 4월 중순부터 은행지주 및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에 대비한 리스크 평가에 착수한다. 단순히 BIS 비율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리스크 관리 모델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금리 변동에 따른 은행의 영향도를 측정하는 금리 리스크, 특정 영역에 자금이 쏠린 신용 편중 리스크 등 규제자본 산출 시 누락되기 쉬운 사각지대를 전방위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유동성 역시 규제 지표 외에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는지, 비상 조달 계획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등 비계량적 대응력 또한 평가한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예고편'…점검 결과 따라 생산적금융 여력 갈려

    결국 이번 4월 점검은 향후 도입될 '스트레스 완충자본'의 차등 등급을 결정짓는 사실상의 예비고사가 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환율 급등과 생산적 금융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미뤄왔으나, 이번 점검을 기점으로 '언제든 도입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뚜렷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본 자본비율 외에 추가적인 자본 적립을 요구받는 은행들은 CET1 비율 유지를 위해 기업 대출 등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당국이 열어준 규제 유연화 혜택이 개별 은행의 리스크 관리 성적표에 따라 현장에서 차등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자본규제는 걷어내되, 스트레스 완충자본은 언제든 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라며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서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서 자본을 얼마나 더 갖고 있어야 할지 개별 은행이나 지주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도 평가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 여력은 열어줬지만 점검에 나서는 만큼 압박은 더 커졌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 하반기 주주환원 정책이나 은행별 기업금융 전략이 엇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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