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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업용 부동산 운용 시장의 권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을 지배했던 '이마코'(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운용) 시대가 저물고, 이른바 '코코'(코람코자산운용·코람코자산신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권 대표 프라임 오피스인 역삼 센터필드의 새 운용사(GP)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운용이 선정됐다. 센터필드는 자산 가치만 최대 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 자산으로, 이번 수주를 통해 코람코는 서울 도심권 그랑서울에 이어 강남권 핵심 자산까지 확보하게 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딜 성사가 아닌 지배력 확대의 상징적 사례로 본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이마코'가 아니라 '코코'라는 말이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며 "코람코운용과 신탁(리츠)이 사실상 시장을 같이 끌고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코람코의 영향력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실제 거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상업용 부동산 주요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코람코발(發)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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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주요 딜만 보더라도 코람코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있다. 이달 강남358타워 인수 우협 선정, 분당두산타워 인수, 강남 케이스퀘어 매각, 여의도 하나증권 빌딩 거래, 수서역세권 개발 프로젝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 매입과 매각을 비롯해 개발까지 전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은 단순 거래 규모가 아니라 매도·매수 거래에 동시에 등장하는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와 신탁을 통해 자산을 보유·매각하고, 코람코자산운용은 펀드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이를 인수하거나 개발에 참여한다. 여기에 리츠 투자까지 결합되면서 하나의 그룹 내에서 자산의 생산-유통-운용이 모두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앞선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람코는 시장에 나오는 자산을 만들고, 팔고, 다시 사서 굴리는 전 과정을 내부에서 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구조는 동시에 잡음도 낳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의도 하나증권 사옥 거래다. 해당 자산은 코람코자산신탁이 보유한 리츠를 통해 매각이 추진됐는데, 입찰 과정에 코람코자산운용이 참여하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됐다. 해당 거래는 하나증권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며 거래는 원소유주로 돌아간 상황이다.
유사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4년 강남 '더에셋' 매각 당시에도 코람코자산신탁이 매도자로 나서고 코람코자산운용이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가격 경쟁을 극대화한 성공적인 매각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이 같은 구조가 정보 비대칭과 가격 형성 왜곡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코람코의 약진은 경쟁사들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센터필드 매각을 둘러싼 투자자(LP)와의 갈등으로 운용사 교체라는 이례적 상황을 맞았고, 마스턴투자운용 역시 제재 이후 조직 정상화와 소수지분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코람코는 모회사인 LF그룹의 자본 지원을 바탕으로 운용사의 체급을 빠르게 키웠다. '원 코람코' 전략 아래 리츠와 신탁, 펀드 기능을 분리하면서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장 대응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소프트 에셋(오피스) 중심에서 벗어나 물류센터, 호텔, 데이터센터(IDC), 개발형 프로젝트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며 사실상 전 섹터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다.
센터필드 인수를 계기로 코람코의 위상은 한층 공고해졌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관건은 이 플랫폼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용인될 수 있느냐다. 자산을 스스로 만들고 거래해 운용하는 코람코식 모델이 효율성으로 인정받을지, 아니면 공정성 논란에 부딪힐지는 앞으로의 시장 흐름이 가를 전망이다.
입력 2026.04.17 10: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17일 10:44 게재
역삼 센터필드 GP, 이지스에서 코람코로
"절반이 코람코發 거래"…시장 존재감 압도
반복되는 내부거래에 시장 견제도 커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