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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존 자산배분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간 분산효과가 약화되고 글로벌 거시환경이 급변하면서다.
6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금융공학회가 공동 개최한 '연기금의 바람직한 자산배분 전략' 심포지엄에서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최근 증시 상승 영향으로 1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수익률 18.8%로 역대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 1988년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도 약 8%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의 대부분은 개별 종목 선택이 아닌 자산배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차관은 "성과의 90% 이상이 전략적 자산배분(SAA)에서 나온다"며 "자산배분이 기금 운용의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투자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 환경이 이어지면서 전통적으로 분산투자의 축이었던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기존 포트폴리오 전략이 유효한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거시환경 변화도 부담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글로벌 저성장으로 위험자산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국채 금리 상승으로 채권의 안전자산 역할도 약화됐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고물가 지속으로 포트폴리오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식과 채권 간 상관계수가 상승하면서 분산효과가 약해진 점이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이 실장은 "과거에는 두 자산이 반대로 움직이며 위험을 낮췄지만 최근에는 동조화 경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투자 여건 변화도 자산배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 이후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환율 부담이 커졌고, 연금의 '기계적 환헤지' 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와 동시에 국내 증시 상승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란 차관도 "국내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적정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태적 자산배분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과 KIC는 거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동태적 자산배분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연기금들도 통합 포트폴리오(TPA) 기반의 운용체계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헤지 전략 역시 장기 투자 관점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해외 위험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최소화하고, 환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기조발표에 나선 존 캠벨 하버드대 교수는 "자산배분은 이론과 통계적 증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라며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반영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벨 교수는 자산배분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로, 그의 저서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교과서로 꼽힌다.
입력 2026.05.06 16:2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5월 06일 16:27 게재
"성과의 90% 이상 자산배분에서 비롯"
해외투자 급증에 환헤지 딜레마…전략 재검토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