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띄운 'AI 두산'…달라진 위상에 두산건설 재인수도 거론
입력 2026.06.09 07:00

엔비디아 방한 앞두고 두산 AI 밸류체인 재조명

실트론 인수 추진·AI 투자 확대에 시장 위상 급변

과거 매각했던 두산건설 재인수 시나리오도

두산 선 긋지만…"예전과는 다르다" 정책금융 평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과 함께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AI 반도체와 피지컬 AI, 원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까지 두산 계열사들이 글로벌 AI 투자 확대 수혜주로 재평가받으면서다. 최근에는 SK실트론 인수 추진에 이어 과거 매각했던 두산건설 재인수 가능성까지 시장에서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물론 두산그룹은 현재도 두산건설 재인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두산건설은 채권단 관리체제 당시 그룹 유동성 위기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재인수 여부 자체보다 그런 얘기가 다시 나오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존을 위해 계열사를 팔던 그룹이 이제는 조(兆) 단위 인수를 추진하는 위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최근 두산을 둘러싼 관심은 젠슨 황 CEO의 방한 일정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황 CEO는 이달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이벤트로 보지 않는다. 최근 엔비디아가 로봇과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두산이 주요 협력 파트너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과 연계한 에이전틱 로봇 OS(Agentic Robot O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밥캣 역시 최근 마음AI와 건설장비 자율작업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피지컬 AI 전략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가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있는 피지컬 AI 영역에서 두산 계열사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두산그룹이 확보했거나 확보를 추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상당수가 AI 인프라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곳이 ㈜두산 전자BG다. 전자BG는 AI 서버용 고사양 동박적층판(CCL)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6173억원, 영업이익은 1856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용 고성능 CCL 공급 확대가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두산테스나 역시 AI 반도체 테스트 시장 확대 수혜가 기대되는 계열사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관련 테스트 물량 확대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SK실트론 인수까지 마무리될 경우 두산은 웨이퍼(SK실트론)-소재(CCL)-후공정 테스트(두산테스나)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AI 시대 수혜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결국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4조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는 금융시장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채권단 관리체제 시절만 해도 두산은 자산 매각과 차입금 축소가 최대 과제였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 모트롤, 두산건설 등 주요 자산들이 시장에 나왔다. 금융권 역시 두산 관련 거래를 구조조정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정반대다. 최근 두산 계열사들의 실제 시장 조달금리는 3%대 후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BBB급 신용등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두산그룹과 오는 2028년까지 총 5조원 규모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 역시 SK실트론 인수금융 논의에 참여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 SK실트론 인수 추진은 달라진 두산의 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거래 규모를 3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계열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던 그룹이 이제는 조 단위 인수에 나서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과거 같으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분류됐던 두산건설 재인수 가능성도 다시 시장의 계산기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산건설 재인수 시나리오는 단순히 주택사업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과 가스터빈, 에너지 EPC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건설·플랜트 역량을 다시 확보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두산그룹은 중공업·건설·기계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두산건설 매각 이후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일부 건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비사업과 개발사업 역량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AI 때문에 두산건설을 산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룹 규모가 커지고 투자 영역이 확대되면 언젠가 건설 플랫폼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논리"라며 "SK에코플랜트나 삼성E&A처럼 내부에서 건설·플랜트 기능을 수행할 회사가 있으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2021년 채권단 관리체제 과정에서 큐캐피탈파트너스 측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당시만 해도 그룹 리스크의 핵심으로 꼽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역시 건설 리스크 분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산 역시 우선매수권 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경영권을 넘겼다.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재인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최근 두산건설의 실적과 사업 기반이 크게 개선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두산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9조9937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청주와 구미, 부평, 수원 등 주요 분양 사업장이 잇달아 완판됐고 올해 신규 수주 목표는 창사 최대 수준인 6조원이다. 상반기에만 서울과 부산 주요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약 2조원 규모 수주를 확보했다.

    큐캐피탈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잠재 원매자로 두산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꾸준했다.

    산업은행의 시각도 달라졌다. 채권단 관리체제 당시 두산건설은 그룹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자산으로 분류됐다. 실제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종료된 지 오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의 재무 체력 역시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됐다. 금융권에서는 두산건설 문제를 더 이상 구조조정 이슈로 보지 않는다. 두산이 필요하면 사고, 필요 없으면 사지 않는 포트폴리오 전략의 영역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물론 실제 거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두산그룹은 재인수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SK실트론 인수와 반도체 소재 증설, 로보틱스 투자 등 대규모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건설사 인수까지 추진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두산건설 재인수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예전 같으면 웃고 넘길 얘기였는데 이제는 진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거래 여부와 별개로 두산건설 재인수설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진 두산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만 하더라도 두산건설 인수가 그룹 자체에 부담인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두산퓨얼셀 지분 일부만 팔아도 충분하단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며 "두산건설 인수가 충분한 시너지가 있다면 당국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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