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신중론 접은 KB증권, 국민은행과의 역할 조정 시험대
입력 2026.07.03 07:00

1조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8조원대 진입 가시화

발행어음 대비 실익·운용처 확보 두고 내부 고민 지속

NH와 같은 은행계라도 그룹 내 증권 위상은 차이

관건은 은행과 겹치지 않는 자금 조달·운용 모델

  •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이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종합투자계좌(IMA)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해 초 7000억원 규모 증자에 이어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자기자본 8조원대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이 가시화됐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에 이어 I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동안 IMA가 KB증권에 차별화된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IMA가 기존 조달 수단과 어떻게 다른 수익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원금 지급 부담을 안고도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 내부 검토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취급할 수 있는 신규 업무다. 고객에게 원금 지급을 약정하고 예탁금을 기업금융 자산 등에 운용한 뒤 성과를 배분하는 구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장기성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에게 약정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도 운용 리스크와 유동성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단순히 자금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굴려 수익을 낼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B증권 내부에서도 IMA가 발행어음보다 반드시 우월한 조달 수단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은 상대적으로 조달·운용 구조가 명확하고, 이미 KB증권이 경험을 쌓아온 영역이다. 

    반면 IMA는 상품 설계의 폭이 넓은 대신 원금 지급 구조와 성과 배분, 투자자 보호, 운용처 확보 등에서 더 복잡한 관리가 필요하다. 증권업계에서는 IMA가 외형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수익성은 운용자산의 질과 비용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KB증권의 고민이 더 복잡했던 배경에는 KB금융 내 국민은행의 압도적인 위상도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처럼 은행 계열이 아닌 증권사에는 IMA가 중장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반면 KB증권은 그룹 내에 국민은행이라는 대형 조달 플랫폼을 두고 있다. IMA를 통해 법인 유휴자금과 고액자산가 자금을 흡수할 경우 국민은행의 예금·신탁·법인자금 영업과 일정 부분 경계가 겹칠 수 있다.

    물론 은행계 증권사라고 해서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NH투자증권도 농협은행을 둔 농협금융 계열 증권사지만, 그룹 내 수익 기여도 측면에서는 KB증권과 결이 다르다. 

    NH농협금융은 올해 1분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 8688억원을 기록했는데,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4757억원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 순이익 5577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농협금융 내에서 증권이 은행에 버금가는 핵심 이익원으로 부상한 만큼, IMA를 통한 자본시장 수익 확대 명분도 비교적 분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KB금융은 여전히 국민은행 중심의 이익 구조가 뚜렷하다. 올해 1분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8924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민은행 순이익은 1조1010억원에 달했다. KB증권도 34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지만, 그룹 내 절대적인 무게감은 국민은행이 여전히 크다. 

    KB금융은 손해보험, 카드, 생명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다양해 증권만의 성장 논리보다 그룹 전체 자금 배분과 계열사 간 역할 조정이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KB증권의 IMA 진출은 단순한 신규 라이선스 확보를 넘어 국민은행과의 역할 조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룹 전체로 보면 고객 자금이 외부 경쟁사로 빠져나가기보다 은행과 증권 중 한 곳에 머무는 것이 낫다. 그러나 계열사별로 보면 같은 법인자금과 고액자산가 자금을 두고 은행과 증권이 동시에 접근하는 구도가 생길 수 있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IMA 상품이 은행 예금이나 신탁보다 높은 수익률을 앞세울 경우 내부적으로도 고객군과 상품 포지셔닝을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운용 측면에서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IMA 자금은 기업금융 자산과 모험자본 영역으로 공급돼야 하는 만큼, 은행의 전통적인 기업대출과 증권사의 IB 운용 영역이 일부 맞닿을 수 있다.

    인수금융, 회사채, 구조화 금융, 비상장·성장기업 투자 등은 증권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지만, 대기업·중견기업 자금 수요를 놓고 보면 국민은행 기업금융과 완전히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KB증권이 IMA를 통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고, 어떤 자산으로 운용할지가 그룹 내 역할 조정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KB증권이 결국 증자를 택한 것은 초대형 IB 경쟁에서 더 이상 관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IMA 시장을 열었고, NH투자증권도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이후 IMA 상품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IMA 1호 상품은 4000억원 규모로 완판됐고, 2호 상품도 1200억원 한도가 조기 소진됐다. 선발 사업자의 초기 상품에서 법인과 고액자산가 자금 유입이 확인되면서 IMA가 단순 리테일 투자상품을 넘어 법인 유휴자금 운용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KB금융 입장에서도 이 흐름을 마냥 지켜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중심의 전통적 수신 경쟁이 자본시장 상품 경쟁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KB증권이 IMA 시장 진입을 늦출수록 법인·고액자산가 고객 접점을 경쟁사에 내줄 수 있다. 이번 증자는 IMA의 수익성에 대한 모든 의문이 해소됐기 때문이라기보다, 초대형 IB 경쟁과 그룹 자금 플랫폼 경쟁에서 더 늦으면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판단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에서는 KB증권이 공격적인 고금리 경쟁보다 국민은행과 충돌을 최소화하는 '조율형 IMA' 모델을 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그룹 내 증권 부문의 강한 이익 기여도를 바탕으로 IMA를 자본시장 수익 확대의 연장선에서 추진할 수 있다면, KB증권은 국민은행 중심의 그룹 자금 질서 안에서 IMA의 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예금 대체상품처럼 대중적으로 판매하기보다는, 법인 유휴자금과 고액자산가의 중기성 투자자금을 선별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운용자산 역시 일반 기업대출보다 증권 IB가 강점을 가진 회사채, 인수금융, 구조화 금융, 비상장·성장기업 투자 등으로 차별화해야 은행과의 중첩을 줄일 수 있다. 

    은행이 이미 장악한 고객 자금을 단순히 증권 상품으로 옮겨오는 데 그친다면 그룹 내부 경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은행이 담기 어려운 중기성 투자자금과 자본시장형 기업금융 수요를 증권이 흡수한다면 IMA는 그룹 내 보완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늘어난 자본에 걸맞은 수익성도 과제다. KB증권은 올해에만 1조7000억원 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게 됐다. 자기자본 8조원대 진입은 IMA 사업권 확보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ROE 관리 부담을 키운다. 지주 입장에서는 증권을 은행·보험 이후의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고, 증권 입장에서는 받은 자본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증명해야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도 은행계 증권사지만 농협금융 내에서는 증권의 이익 기여도가 상당히 커 IMA 확대 명분이 비교적 선명한 편"이라며 "KB증권은 국민은행이라는 강한 수신 기반을 둔 만큼 은행 자금과 겹치지 않으면서 증권이 강점을 가진 자본시장형 수요를 어떻게 흡수할지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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