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몸통 흔드는 꼬리' 우려에도...거래소는 '신중', 운용사는 '동상이몽'
입력 2026.07.03 07:00

코스피 변동성 10년 새 '4배'…ETF發 '왝 더 독' 현실로

"액분·병합 필요" vs "거래 통제 시스템 뜯어고쳐야"

거래소 "액분은 상법 개정 사안"…규제벽에 막힌 해법

"시장 변화 받아들여야"…당국-업계 '해법 협의체' 시급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코스닥 시가총액을 넘나들며 급성장한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이 수급 쏠림을 유발하며 주가 왜곡 우려가 연일 심화되고 있다. 다만 당국에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각 사 상품 라인업과 이해관계에 따라 개선점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단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6월 30일 기준) 코스피 일일 등락률 표준편차는 3.56%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6년(0.8%)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표준편차가 높아진 것은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반도체 종목 수급 쏠림과 함께 ETF 시장 수요가 급성장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조원으로, 전년 동기(약 4조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장기 자산배분 목적이 강했던 ETF 시장에서 매매 회전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ETF를 포함하지 않은 국내 증시 전체(49조원)의 절반에 달한다. 레버리지나 특정 종목을 테마로 하는 상품의 '단타 거래'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을 우려한다. ETF 등 파생 및 패시브 펀드 수급(꼬리)이 거꾸로 상장기업의 주가와 현물 증시(몸통)를 흔드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과 바이오 종목은 기업 가치 지표 변동이 크게 없었는데도, 액티브 ETF 수급에 따라 올해 들어서만 30~60%의 주가 등락폭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융자 제한 등 수급 쏠림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비대해진 시장에 걸맞은 근본적인 제도·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는 신중한 입장이다. 거래소는 현재 괴리율 관리 방안 강화와 유동성 공급자(LP) 평가 체계 강화 등에 대한 방안을 놓고 초기 의견 수렴 단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제안하는 해법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의 벽'을 세웠다. 특히 안정적인 호가 조성을 위한 'ETF 액면분할·병합' 방안에 대해 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품 중복도를 줄이기 위한 'ETF 지수변경 유연화' 방안 역시 실무적 차원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정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액면 분할·병합은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품 다양화 측면에서 상충하는 지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수 변경 유연화 역시 기존 지수를 보고 진입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거래 시스템 개편이 지지부진한 사이, 운용업계에서는 주가 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시각차가 감지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당 가격이 1만원에서 15~20만원선까지 치솟은 우량 ETF의 액면분할과 주가 급락으로 '동전주'로 전락한 상품들의 병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소액 분산 투자'라는 ETF의 본질이 훼손됐고, 일반 투자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가격 변동성에 따른 증권사 LP의 헤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액면분할과 병합을 통해 적정 가격 형성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ETF 액면분할 및 병합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이를 통해 시장 내 곱버스와 인버스 등 고변동성 상품의 가격 관리 체계를 강화한 바 있다.

    반면 이와 같은 논의 자체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당장의 시장 가격을 잡기 위해 분할이나 병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점 주식' 처리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 및 병합 요구는 운용을 잘해 몸집을 키운 장수 상품이 유사한 신규 저가 상품과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는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마케팅적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며 "ETF는 다양한 투자자와 시장조성자(AP), LP가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인 시장이기에 공급자 편의주의적 접근으로만 해결책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급 차원의 규제를 손보는 대신, LP 참여 주체를 확대하거나 괴리율 초과 급증 등 가격 왜곡 현상 심화 시 코스콤 등 유관기관이 시스템적으로 거래를 통제하는 거래 체계의 본질적 개혁에 대한 요구도 나온다.

    한편, 운용업계는 일각에서 '왝더독' 완화 방안으로 고려하는 '레버리지 배율 축소'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레버리지 배율 축소는 현행 2배인 레버리지 배율을 1.5배 등으로 강제 하향하는 대안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변동성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해외 상장 ETF로의 투자자 이탈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바이낸스 등 해외 플랫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최대 20배씩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고변동성 상품을 일일이 다 상장폐지하거나 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시장 규모 팽창이나 상품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점을 찾는 협의 체계를 신속하게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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